1심 선고만을 남겨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유무죄는 물론 형량의 정도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은 따로 받고 있지만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로 연계된 동일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또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 18개 중 이 부회장 등을 비롯한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 공여 혐의 등을 들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경우 박 전 대통령 역시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뇌물을 준 혐의가 인정된 만큼 뇌물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부가 판결문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과의 공모 여부 등을 포함할 경우 박 전 대통령 측은 더욱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달 31일에 있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판결문 역시 증거로 제출, 채택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무죄로 판단된다면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다소 유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삼성과 관련된 뇌물 혐의가 무죄로 판명되더라도 롯데·SK 등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삼성 측으로부터 승마지원 명목으로 금전지원을 받아낸 행위가 뇌물은 아니더라도 ‘강요’나 ‘공갈’로 인정될 수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승마 지원 관련 질책을 받고 삼성 관계자들에게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같았다’고 표현하는 등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이 있었음을 진술하기도 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에서 밝힌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탄핵 사유와도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헌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통해 최씨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 침해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액수를 얼마만큼 인정하느냐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형량도 가늠해볼 수 있다. 특검은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등 총 433억여원을 이 부회장의 뇌물액으로 보고 있다. 뇌물액수가 큰 만큼 중형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