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폭탄 앞서 주택임대등록 유인책 늘려야

초강력 8·2부동산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이 진퇴양난에 몰리고 있다. 내년 4월부터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기로 한 데 이어 국세청이 조만간 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행정지침을 전달받은 시중은행도 부동산 돈줄 죄기에 발 벗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8·2대책의 후속조치로 다주택자가 투기지역의 아파트를 대출받아 사려면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라는 가이드라인까지 내놓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년 4월까지 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사는 집이 아니라면 파는 게 좋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주택자가 정부 의도대로 보유주택을 매물로 쏟아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내다 팔라고 몰아치는 압박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 장관의 주문처럼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일정 기간 내 주택을 매도하라는 것은 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주택자를 죄다 투기꾼으로 몰고 가는 듯한 태도도 거슬리지만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 기능을 마냥 도외시할 수 없다. 퇴직자의 노후생계형 임대주택도 적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8·2대책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할 당근책이 미흡한 것은 아쉽다. 음성적 임대주택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는 일은 투기억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료를 맘대로 올리지 못하지만 양도세 최대 75%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그럼에도 등록자는 현재 13만명에 그친다. 2주택 보유자가 15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통계치다. 사업자 등록의 편익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낮다는 인식이 광범위한 탓이다. 사업자로 등록하는 순간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 부담도 늘어난다. 여권 일각에서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등록 의무화를 검토하는 모양이지만 강제등록제는 행정편의주의를 넘어 과잉입법이다.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침해 소지도 다분하다. 논란을 초래할 입법 무리수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인센티브 확대에 주안점을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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