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늘날 건설산업은 대내외적으로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 국내에서는 SOC 투자 축소,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유가의 장기화 등으로 우리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의 발주가 줄면서 해외건설 수주도 크게 감소했다.
이 같은 난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요 건설사들은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해 국내외 현장에 적용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새로운 70년을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현대건설이 싱가포르에서 투아스 핑거원 매립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 여의도 면적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신규 매립지를 조성한다. /사진제공=현대건설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싱가포르 서쪽 끝 푸른 바다 위. 100여대의 대형 선박과 10여개의 준설선이 길게 펼쳐진다.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투아스 핑거원 매립공사’ 현장이다. 이곳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분의2에 해당하는 185만㎡의 신규 매립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대형 케이슨 91개 함 건설 메가포트 프로젝트…24시간 풀 가동
싱가포르 정부는 매립된 땅을 메가포트 항만시설 부지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 2014년 7월 싱가포르 국영기업 JTC 코퍼레이션이 발주한 이 프로젝트를 삼성물산, 일본의 펜타오션 등과 공동수주한 현대건설은 지분 29%를 보유한 주간사다. 전체 공사금액은 약 7억1,621만달러(현대건설분 2억2,500만달러)다.
투아스 핑거원 공사는 싱가포르 파시르 판장 항만공사를 시작으로 현대건설이 싱가포르에서 수행하는 네 번째 대형 ‘케이슨’ 건설 프로젝트다. 케이슨이란 수중 시설물 등 기초 구축용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1개 함은 가로 40m, 세로 28m, 높이 30m, 무게 최대 1만8,000톤에 달한다. 이 현장에서는 53개월의 공사기간 동안 10층 규모 아파트 1채 크기의 대형 케이슨 총 91함을 생산해야 한다.
현장의 공사 일정은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간다. 하루 평균 1,300㎥, 1년에 약 50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케이슨을 4일에 1개 함씩 생산한다. 타설 작업을 멈추면 조인트로 인한 품질 결함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장 직원들은 24시간을 2교대로 나눠 365일 쉬지 않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한번 공정이 밀리면 도미노처럼 전체 일정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매서운 바닷바람이 불어도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방글라데시·인도·스리랑카 등 1,300여명에 달하는 다국적 직영근로자들을 관리하는 것 또한 현장의 어려움 중 하나다.
◇독자개발 신기술 ‘매스콘크리트 양생자동화 공법’ 해외 첫 적용
현대건설의 싱가포르 투아스 핑거원 매립공사 현장은 최근 의미 있는 쾌거를 올렸다. 현장과 연구개발본부가 협업해 독자개발한 신기술 ‘매스콘크리트 양생자동화 공법’을 해외 현장에 최초로 적용한 것이다.
‘매스콘크리트 양생자동화 공법’은 콘크리트 양생시 균열이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구조물의 중심과 표면에 온도 센서를 설치해 콘크리트를 투입하고 온도가 적정 수준 이상 차이가 나면 자동으로 온수를 공급해 콘크리트의 균열을 방지하는 신공법이다.
이 신기술 적용으로 싱가포르 투아스 핑거원 매립공사 현장은 케이슨 기초에 약 2m 두께의 콘크리트를 한 번에 타설해야 해 균열 발생 위험이 컸으나 균열을 획기적으로 줄여 품질 확보는 물론 공기 단축 효과까지 거뒀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1981년 풀라우 테콩 매립공사부터 시작해 싱가포르 전체 국토의 6%에 해당하는 매립공사를 완공한 현대건설은 투아스 핑거원 현장을 성공적으로 준공해 향후 후속공사 수주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지도를 바꿔가고 있는 현대건설은 싱가포르 매립·항만공사 시장에서 꾸준히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