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자동차 업계의 이슈는 노사관계다. 사드에 한미 FTA 등 외부악재에 시달리는 현대차(005380) 3인방은 7년을 끌어왔던 통상임금 판결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통상임금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기아차(000270)는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4.45%(1,650원)나 하락한 3만5,400원에 장을 마쳤다.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통상임금 판결은 재판부가 노조 측에 기록확인을 다시 요청하며 연기된 상황이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을 요구하는 이번 재판에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노조 측에 최대 3조1,000억원의 비용(2015년 12월 기준)을 지급해야 한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위축시켰다. 비용이 추청되며 그동안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과 기관 모두 매도세로 돌아섰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2만주를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의 하루 매도물량은 지난 4월13일 35만주 이후 최대 규모다. 소송패소는 기아차를 적자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7,68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노조에 지급해야 할 금액 중 절반만 충당금으로 쌓아도 곧바로 적자 기업으로 돌아선다. 적자전환이 회사 존립 자체에 문제가 될 정도의 위기가 아니라고 노조 측은 주장하지만 외부 악재에 둘러싸인 기아차에 적자는 성장은 물론 생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아차 통상임금의 충격은 현대차로 이어진다.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33.8%를 보유하고 있어 기아차의 실적에 따라 지분법 손실과 손익을 실적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물량을 내놓으며 2.7% 떨어진 14만4,000원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날 현대차 노조가 임금·단체협상 난항을 이유로 10일과 14일 부분파업을 결정해 주가를 하락세로 이끌었다. 현대·기아차가 흔들리면서 현대모비스(012330)도 이날 1.38% 하락했다.
한미 FTA 수정 협상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가뜩이나 어려운 자동차 업종 주가에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한국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무역문제를 제기할 만큼 미국 정부의 재협상 의지가 강한 것이다. 양국 간에 FTA 논의가 진행될 경우 자동차 업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중 적자폭이 가장 큰 산업군이 자동차 및 부품(2016년 기준 226억달러)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 중 약 70%를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며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대미 수출에서까지 위축될 경우 주식시장에서 추가 할인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종 다음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큰 업종은 소비재(자동차·음식료 제외)로 향후 FTA 재협상에서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고자 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국내외 악재가 겹친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조정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0% 내린 18만원으로 제시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 수요 둔화 및 중국 사드 이슈 등 부정적 대외변수로 쉽지 않은 영업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이경운·서민우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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