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챔피언십 출전으로 나란히 메이저대회 통산 100회 출전을 채우게 되는 필 미컬슨(왼쪽)과 어니 엘스가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9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샬럿=AFP연합뉴스
‘빅 이지’ 어니 엘스(48·남아공)와 ‘왼손 지존’ 필 미컬슨(47·미국)에게 10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PGA 챔피언십은 특별한 대회다. 나란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00번째로 출전하는 메이저대회이기 때문이다. 엘스와 미컬슨은 각각 지난 1989년 브리티시 오픈과 1990년 US 오픈으로 첫 메이저 무대를 밟았다. 이들에 앞서 ‘메이저 100회 출전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12명뿐이다. 메이저대회는 출전 자격이 까다롭기에 100회 출전은 이루기 쉽지 않은 대기록이다. 최다 출장은 잭 니클라우스(77미국)의 164회다.
시즌 마지막 네 번째 메이저인 PGA 챔피언십을 주관하는 PGA 오브 아메리카는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파71)에서 엘스와 미컬슨을 위한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두 베테랑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경쟁해왔다는 게 놀랍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입을 모았다. 엘스와 미컬슨은 33년 전인 1984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주니어 월드’ 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미국 땅을 처음 밟은 엘스가 미컬슨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PGA 투어 데뷔 시기가 1993년으로 비슷했던 두 사람의 통산 승수는 미컬슨이 42승(메이저 5승 포함)으로 19승(메이저 4승)의 엘스보다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유럽 투어 활동도 병행한 엘스는 미국 이외 투어에서 47승을 거뒀다.
메이저 행보는 대조를 이뤘다. 엘스는 단 8번째 메이저 출전이던 1994년 US 오픈에서 일찌감치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1997년에 다시 US 오픈을 제패하며 ‘원조 황제’ 니클라우스를 이을 ‘황태자’로 떠올랐다. 2002년과 2012년에는 브리티시 오픈 우승도 보탰다. 반면 미컬슨은 47번째로 도전한 2004년 마스터스에서 비로소 메이저 왕관을 썼다. 당시 1타 차 2위가 엘스였다. 그전까지 메이저에서만 준우승 3회, 3위 5회를 기록하며 ‘만년 2인자’ 소리를 들었던 그는 이듬해 PGA 챔피언십, 2006년 마스터스까지 우승하며 메이저 강자로 변신했고 2013년 브리티시 오픈도 정복했다.
투어를 지배하던 두 선수는 1997년 ‘절대 강자’ 타이거 우즈(42·미국)의 출현으로 승수 쌓기에 적잖은 영향을 받아야 했다. 우즈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미컬슨은 “우즈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우즈에 밀려 5차례 준우승한 기억이 있는 엘스는 “확실히 두세 차례 더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2012년과 2013년 브리티시 오픈 이후 PGA 투어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엘스와 미컬슨이지만 여전히 식지 않은 의욕을 드러냈다. 세계랭킹 419위에 처져 있고 시니어 투어를 바라보는 엘스는 “여전히 우승이 기다리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세계 30위인 미컬슨은 “예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이전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