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여 수의계약 눈앞
경쟁사들 소극 행보 틈타
브랜드 경쟁력 제고 노력
국내 주택 시장 부동의 1위 브랜드로 꼽히는 ‘래미안’을 보유한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 수주에 손을 놓은 사이 현대건설이 최고급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앞세워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사업장에 잇달아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8·2부동산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조합들의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전환하려는 분위기 속에 현대건설의 공격적인 행보는 그동안 주택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9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방배5구역과 강남구 일원동의 일원대우 재건축 조합은 최근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이 모두 유찰돼 단독으로 참여한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내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재건축 조합이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한 입찰이 세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일원대우 재건축 조합은 이날 대의원회의를 거쳐 오는 26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방배5구역도 이날 대의원회의, 9월9일 조합원 총회가 예정돼 있다.
이 두 곳 모두 현대건설이 주택 사업 최고급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디에이치’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디에이치 사용이 확정된 곳은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와 반포삼호가든3차 재건축 단지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디에이치의 사용조건은 3.3㎡당 평균 분양가 3,500만원 이상으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곳이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 시장에서 현대건설의 브랜드 경쟁력이 아직 래미안·자이·아크로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경쟁사들이 주춤한 사이에 치고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방배5구역을 포함해 서초신동아,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조합의 시공사 입찰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그룹 총수의 부재가 장기화될 수 있는데다 정부 정책으로 서울 강남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삼성물산의 재건축 사업 수주 복귀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에서 이달 말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 분양이 예정돼 있고 사업성이 확보된 재건축단지 입찰에 참여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수주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별해 입찰에 참여하거나 수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추세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신동아 재건축 사업에서는 당초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만 입찰에 참여했다. 이달 27일 열릴 조합원 총회에서 대림산업의 시공사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1구역에서는 유력 후보였던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고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 현장 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 중 GS건설·롯데건설·SK건설만 참여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