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만에 2,360선까지 밀린 코스피]北 리스크에 발목..."外人 수급공백·변동성 확대 우려"

外人 차익실현 욕구 커져
하루동안 2,586억 순매도
공포지수 25%나 급등
유럽증시도 하락세 이어져
당분간 보수적 접근 필요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 재부각에 9일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한중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달 2,450선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북한 리스크 암초에 걸리며 2,360선 후반까지 밀려났다. 아시아 시장에 이어 개장한 유럽 증시도 9일 1%대의 하락세를 보이며 지정학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개장 초 프랑스 CAC지수는 1.37% 하락세로 출발했으며 독일 DAX지수(-1.46%)와 영국 FTSE100지수(-0.84%)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2,37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6월21일(2,357.53) 이후 34거래일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고 이에 맞서 북한이 ‘괌 포위사격’으로 대응하며 미국과 북한의 대치상황이 고조되자 지수가 크게 흔들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 리스크를 도화선으로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질 수 있다며 증시 변동성 확대를 우려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58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이 3,086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지 않았다면 지수 하락 폭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도 15.70으로 하루 만에 25.20% 치솟으며 시장 상황을 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시장은 미국과 북한의 맞불에 즉각 반응했다. 간밤에 미국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경고발언 직후 하락 반전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24%), 나스닥지수(-0.21%) 등 주요 3대 지수가 동반 하락 마감했다. 미국 상장 한국물 상장지수펀드(ETF)도 수익률이 -0.85%까지 밀린 채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증시도 흔들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34포인트 내린 2,368.39에 거래를 마치며 1%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닛케이225지수(-1.29%), 상하이종합지수(-0.19%) 등 일본과 중국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시장은 북한의 소형 핵탄두 개발 성공 소식이 보도되면서 트럼프 정부의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며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서며 원화 약세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0원10전 오른 1,135원20전을 기록하며 1,130원선에 진입했다.

북한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그동안에도 국내 증시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해왔지만 최근 남북한 긴장관계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한반도의 전쟁을 원하는지 알 수 없지만 트럼프가 후보 시절 목표했던 것과 현재가 완전히 뒤바뀐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올 상반기 아시아로 쏠렸던 글로벌 자금도 하반기 들어 리스크 부각에 라틴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어 당분간은 보수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외국인 수급은 7월부터 둔화되고 있다. 올 들어 지수 최고가 경신을 이끌던 외국인은 지난달 5,247억원을 팔아치우며 처음으로 월별 기준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처럼 외국인 수급 공백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주 옵션 만기에 따라 국내 기관의 단기 회전성 PR 매물 출회 가능성도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만기 주간 베이시스가 약세를 보이면 7월 비교적 큰 규모로 유입된 국내 기관의 차익 매물이 만기 주간에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관의 수급 카운터파트인 외국인의 수급 공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관의 단기청산 규모 확대 시 코스피지수의 변동성 확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월 만기 이후 현재까지 국내 기관은 PR 경로를 통해 금융투자 약 1조4,000억원, 투신 약 6,700억원이 누적 집계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변동성 확대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은 “북한과 미국의 대치 상황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는 필요하다”며 “시장 베팅보다는 실적을 확인하면서 종목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박민주·이경운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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