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자의수를 만드는 만드로 이상호(사진) 대표는 스마트폰 가격으로도 손쉽게 살 수 있는 전자의수를 제작·보급해야 할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불행한 사고로 나의 팔이 절단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의수를 써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봤다”며 “어떤 스타일이 내게 맞는지, 어떤 제품이 필요하지를 고민할 텐데 가격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제품이 최소 하나쯤을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자의수 하나가 500만원 선이라면, 만드로는100만원 미만에 제공하고 있다.
3D 프린트 제작 전자의수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기존 의수는 만드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 여부가 천차만별이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누가 만들어도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만드로’는 원래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이 대표의 경력을 살려 3D 프린트를 손쉽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보급을 목적으로 2014년 설립됐다. 그러던 중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의수가 너무 비싼데 3D 프린트로 만들 수 없겠느냐”는 사연을 접한 후 터닝포인트를 만났다.
이 대표 스스로도 “의수의 ‘의(義)’ 자도 몰랐던 사람”이었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2015년 1월 작업에 착수해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첫 번째 완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며 “800번 넘게 설계 도면을 바꿨고 실제 제작한 손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한 전자의수 시제품들 앞에서 완성된 전자의수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 완제품까지 나오고 50여명의 환자들에게 전자의수를 맞춤 제작해 줬지만, 그는 “시행착오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제품 개선을 위한 설계와 제작을 꾸준히 거듭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만족도는 아직도 반반”이라고 털어 놓은 이 대표는 “장시간 착용하기에는 아직 무겁다는 의견과 외형적으로 의수 티가 너무 많이 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상지 절단 사례는 손가락 끝이 잘린 경우부터 어깨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경우가 존재하지만 우리 제품은 팔꿈치 아래 부분에 문제가 생긴 분들께만 적용할 수 있다”며 “모든 종류의 상지 장애를 커버할 수 있는 제품 라인을 갖추는 것이 현재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최적의 제품을 탄생시키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때마침 코이카(KOICA)의 ‘창의적 가치 창출(CTS)’ 프로그램에 선정돼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절단 상처들을 입은 사람들에게 500대의 전자의수를 제공해주는 프로젝트다.
이 대표는 “시리아 난민의 전쟁 상흔을 보듬어주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동시에 만드로가 전자의수 제작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의 사업 경험도 축적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의수를 개발하고 있거나 개발하려는 곳이 세계적으로 수천 곳에 이르지만 만드로와 비슷한 가격대로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한 곳도 없다”며 “코이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용자 수를 안정적으로 늘려가면서 동시에 제품의 불편한 점을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면 언젠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