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반도체 빅사이클의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려왔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4차 산업혁명 수혜주’에 대한 투자가 눈길을 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구글이나 페이팔·테슬라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며 모든 투자자들이 수년째 주목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충분히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IT 인프라와 삶의 패턴 등을 살펴보면 어쩌면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변화를 겪을 나라가 바로 한국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국내 유·무선 통신의 인프라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어디를 가도 엄청난 속도의 통신 서비스가 저렴하게 제공되고 심지어 대부분의 공공지역에서는 무료다. 또한 구글이 올해 발표한 ‘모바일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91%로 전 세계 1위다.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할머니에게서도 피처폰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환경을 통해 조성될 수 있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빅데이터’ 수집이다. 결국 컴퓨터 프로세서의 발전을 통해 가능해진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그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와 신규 산업 영역의 창출 등이 가장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라는 것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사람들의 신기술 적응도 또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IT 제품의 테스트베드로 한국 시장을 선택할 정도다. 인터넷은행의 대표주자인 카카오뱅크가 오픈한 첫날 해당 기업의 서버가 다운될 정도의 많은 고객과 접속자를 확보한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사는 집중화 현상도 4차 산업혁명 발전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테마는 아직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또한 해당 분야의 매출액 상승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도 덧붙이고 싶다. 미국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한다면 한국은 오히려 기대심리가 주가에 덜 반영된, 그리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기업을 많이 보유한 그런 나라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구글 번역기보다 훨씬 더 자연어에 가까운 번역 기능을 제공하는 네이버의 파파고와 같은 능력을 이제는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들에서도 곧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