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은 그 동안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한 뒤 정제해 국내에서 판매하거나 이를 다시 해외에 수출했습니다. 따라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중동 산유국들의 모임인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과 증산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면서 원유 수입 다변화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김상용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지난 달 미국산 원유 100만 배럴을 수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달에 원유가 선적되면 오는 10월 국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SK에너지가 미국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를 수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뷰] 문성준 / SK에너지 부장
“미국산 원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 받게 되고 중동산 원유에 비해 경제성이 높아 수입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 해 말 국내 정유사로는 처음으로 두 달 동안 미국산 원유 200만 배럴을 수입했습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 4월 미국산 원유 200만 배럴를 들여왔습니다.
사우디의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SOIL만이 미국산을 수입하지 않았을 뿐 나머지 3개 정유사가 모두 미국산 원유를 들여온 것입니다.
미국산 원유의 국내 도입은 우선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에 돌입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석유 생산사인 사우디의 아람코사는 9월 원유 수출량을 8월대비 하루 52만 배럴 감축할 계획입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감산하면 OPEC 회원국들의 감산 참여 결정을 이끌어 내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 정부가 지난 2015년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산을 사용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아울러 정부도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압박의 타개책으로 미국산 원유 수입을 지지하면서 빚어진 현상입니다.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배럴당 49.17달러,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51.24달러를 기록중입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