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7일의 왕비’ 박민영 “선입견? 평소엔 꾸밈無 개구지다”

대중은 배우 박민영에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흐트러짐 없는 ‘차도녀’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많을 것이다. 스스로가 먼저 속 시원하게 터놓은 이 같은 이미지는 사실 박민영을 만난 후 금세 깨지게 된다. 실제 박민영은 밝고 쾌활한 ‘개구쟁이’ 그 자체다. 털털하고 솔직한 매력도 있다.

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KBS 2TV 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 종영 관련 인터뷰로 박민영을 만났다.

박민영은 자신의 실제 면모에 대해 “이미지상 선입견들을 많이 가지시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세팅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편하게 다닐 때는 주변 친구들이 ‘박민용’이라고들 한다. 성격상 꾸미지를 않는다. 집에서는 ‘똥머리’와 민낯을 주로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런 선입견이 나쁜 건 아니니까 걱정은 안 한다. 평소에 나는 개구진 데가 많다”고 밝혔다.

“(연)우진 오빠가 나중에는 나를 같이 놀리더라. 그런 현장이 좋았다. 나와 함께 드립을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면 좋다.(웃음) 연우진 씨도 개구진 면이 있더라. 그런데 꼭꼭 숨겨놓는 스타일이다. 오빠 키가 183cm인데, 내가 플랫을 신고 앞에 서 있으면 키 차이가 많이 나는 걸 보고 나를 앞에 세워놓고선 그렇게 채경이를 찾았다. 오빠는 조곤조곤 놀리는 편이었다”

극 중 채경은 두 남자 사이에 둘러싸이는 여인이었다. 부모에 대한 트라우마로 뒤틀리고 날선 인물이 돼 무서우리만치 직진 사랑을 펼치는 이융, 반정을 꿈꾸기까지 조심하면서 내 여자에 한없이 다정하고 애틋한 이역. 대비되는 두 남자다. 실제 박민영의 이상형은 어떤 타입일까.

“두 남자 다 나쁜 남자다. 채경이에게 아무도 만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차라리 동네에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라고 하고 싶다. 한쪽은 우유부단했고 한쪽은 이기적이었다. 물론 둘 다 사랑하는 마음은 느껴졌다. 그래도 채경이에게는 모두 나쁜 남자였다. 나는 그냥 착하고 평범한 남자가 좋다”

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


이동건과 연우진 두 배우들과의 호흡은 처음이었다. 이 같은 화두에 박민영은 만면에 미소를 더욱 크게 띄고는 “연상의 오빠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오랜만이라 편했다. 여유 있었다. 배려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다. 연우진 오빠는 촬영을 할 때 나에게 무조건 맞춰줬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고 하셨다. 행복하게 촬영을 시작해서 채경이가 예쁘게 신이 표현된 것 같다. 이래서 ‘멜로 장인’인가 싶었다. 배려심의 끝판왕이었다.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이 왜 이 분에게 붙지 않았을까 싶었다. 사심 없이 선하고 착한 스타일이다. 아직까지 순수함이 남아있는 배우였다. 참 예쁨 받고 촬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건은 프로페셔널하시다. 몰입도도 굉장히 좋다. 눈빛이 좋은 분이다. 같이 촬영할 때 내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텐션이 잘 잡혔다. 너무 연기하기 편했다. 매너도 좋으시고. 연기할 때 불편한 적이 없었고 그저 좋았다. 우리 팀이 NG가 잘 안 났는데, 다들 대사 숙지가 완벽하신 분들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인복이 있나 보다. 케미가 현장 분위기를 좌우하잖느냐. 조금이라도 모난 사람이 있으면 현장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데. 우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 선생님들도 좋았다. 장현성 선배님도 굉장히 유머러스하시고 밝으셨다. ‘라이언’ 캐릭터가 그려진 손풍기를 들고 다니신 강신일 선배님도 너무 귀여우셨다. 극 중에서는 앙숙 관계였지만, 저를 예뻐해 주셨다. 대기시간이 길어도 찡그린 분이 없었다”

극 중 ‘사랑해서 헤어진다’를 실천한 이역과 채경이지만, 실제 박민영은 “나는 그런 스타일이 안 된다. 아직 그렇게 진지하게 사랑을 못 해서 그런 것 같다. 기분 좋게 만나는 게 좋다. 절절한 사랑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드라마에서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야기일 것이다. 한편으론 ‘노트북’ 같은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고 생각했다.

워낙에 인상 깊은 사극 캐릭터들을 선보여 왔던 터라 ‘사극여신’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그에게 사극의 매력을 물었다. “배우가 연기를 푸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사와 나의 눈빛과 표정이 ‘나’로서 보일 수 있는 바스트샷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사여구를 쓰는 것도 현대극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그니처를 표현하는데, 사극에서는 오롯이 제약 안에서 캐릭터를 표현한다. 그래서 내 눈빛, 대사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게 한다. 오히려 요즘의 사극은 현대극과의 간극이 줄어든 것 같다. 어투도 많이 바뀌었다. 한복에 어울리는 톤과 발성, 모든 것들을 거기에 어울리게 하려고 노력한다”

‘7일의 왕비’에서 신채경으로 살면서 당분간 흘릴 수 있는 눈물은 모조리 흘린 것 같다. 박민영은 “사실 평소엔 눈물이 좀 없다. 작품 들어갈 때 이입하는 과정에서 분위기를 잡기 위해 음악을 듣거나 하면 오히려 눈물이 안 난다. 오로지 신에 몰입해서 눈물을 쏟았다. 그게 안 좋은 점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잡는 순서를 제대로 거쳐야 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더라. 바스트샷만 또 딸 때가 있으면 혼자 준비하면서 연기를 한다. (연)우진 오빠가 나중에 내 연기 스타일을 알고 거기에 맞춰줬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연기해야 되더라. 대신 장점은 그 상황에 맞는 눈물이 제대로 나온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박민영 /사진=문화창고


정석대로 연기하기를 원하는 박민영은 “지금도 연기 욕심이 많다. 얼마 전, 스태프 선물을 사러 백화점을 갔는데 내가 갖고 싶은 게 하나도 없더라. 물욕이 없어졌나 생각했다. 연기 욕심은 최고조다. 내가 두 가지를 한 번에 못하나보다(웃음)”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런 그가 지금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일까. “영화 ‘허’(HER)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로 연기를 했던 것이 잊히지 않는다. 제니퍼 로렌스가 조연으로 나온 ‘아메리칸 허슬’도 임팩트가 컸다. 비중도 작은데 같은 사람의 연기가 맞는가 싶었다. 제니퍼 로렌스는 데뷔작부터 연기를 되게 잘했다. 그런데 승승장구 하더라. 되게 좋아하는 배우다. 실제 모습도 되게 좋아한다”

개구지고 밝은 박민영의 내면연기 도전작 ‘7일의 왕비’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연기를 너무 재미있게 한 작품이다. 많이 울었지만 행복한 작품이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마지막으로 박민영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이번엔 좀 풀어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코미디 장르도 해보고 싶다. 동성끼리의 작품도 좋을 것 같다. 사랑은 많이 해봤으니까. 하고 싶은 것들은 항상 존재한다. 잔잔하면서도 일상의 소소함을 연기하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 열심히 일했으니까 놀자. 열심히 일한 뒤에 노는 게 재미있지 않느냐. 잠도 자고, 물도 많이 마시고. 잘 쉬었으면 좋겠다. 시청자분들께는 오래 기다리시지 않게 연기로 금방 돌아오겠다. 앞으로 나를 깨어나가는 작업을 보여주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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