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컬처]오디션 프로 방송사가 기획사 역할까지…골목상권 침해? 아이돌 육성 새기법?

'프로듀스 101' 잇달아 대박 나자
CJ E&M 등 연예기획 진출 움직임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생태계 변질"
위기의 중소 연예기획사 반대 성명
"기획사도 프로 제작, 우린 왜 안되나"
방송사도 맞서며 분쟁의 골 깊어져

워너원
Mnet ‘아이돌학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난데없는 ‘골목상권’ 다툼이 일고 있다.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사업자가 내친 김에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한데 대해 연예 기획사 3개 단체는 ‘아이돌 육성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에 반대’ 성명서를 내며 결사항전에 나섰다. 대형 방송사와 중소 기획업체 사이의 갈등은 마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골목상권 침해’ 분쟁과 유사한 색채를 띠어가는 중이다.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사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인가 아니면 ‘아이돌 육성의 새로운 기법’인가 엔터 업계 안팎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프로듀스 101’ 연속 대박= 한 마디로 ‘프로듀스 101’의 연이은 성공이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결국 이 같은 논란을 수면으로 띄운 건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프로듀스 101 시즌2’(Mnet)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막강한 영향력인 셈이다.


지난해 걸그룹 버전 ‘프로듀스 101’은 수많은 논란과 이슈 속에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데뷔한 걸그룹 아이오아이 역시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이에 이은 남자 아이돌 버전의 ‘프로듀스 101’ 시즌2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를 통해 최종 선발된 11명은 아이돌 그룹 워너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워너원은 지난 7일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관객 2만 명 앞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신인 아이돌이 콘서트 형식을 빌어 이렇게 커다란 무대에서 데뷔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 같은 날 발표한 첫 미니앨범의 선주문량은 50만 장에 달했으며, 타이틀 곡 ‘에너제틱’은 멜론·지니·네이버뮤직·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 차트 1위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위기에 내몰린 중소 기획사= 워너원의 이 같은 성공적인 데뷔 등은 중소 기획사들에는 위기다. 지난해 방송된 ‘프로듀스 101’은 중소 기획사 출신의 연습생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방송사의 기획 의도와 중소형 매니지먼트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당시에는 논란이 아닌 ‘윈윈’ 상황이었다. 당시 선발된 아이오아이는 중소기획사 YMC가 맡아 활동 당시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다. 그러나 워너원의 경우 내년 12월까지 각 기획사로부터 전속권을 위탁받은 CJ E&M(130960)을 통해서만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됐다. 또 워너원의 핵심 멤버인 강다니엘의 소속사 MMO엔터테인먼트가 CJ E&M의 자회사라는 점도 기획사들에는 달갑지 않은 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련 업계에서는 CJ E&M 등이 매니지먼트 영역까지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생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매니지먼트사의 경우는 대부분 소규모인 까닭에 방송사에 막강한 자본력까지 갖춘 대기업 등이 매니지먼트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양보 없는 기 싸움= 이러한 위기감에 가요 기획사 3개 단체는 지난 9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사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은 성명서에서 방송사가 아이돌 프로그램을 제작해 매니지먼트까지 진출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를 독식하려는 미디어 권력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특히 음악제작사연합은 “현재 대기업과 방송사는 이미 음원 유통과 판매, 음원 제작, 공연을 아우르는 형태의 수직 구조를 갖추고 매니지먼트 영역에까지 진출한 상태”라며 “이러한 방송사의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는 음악 생태계를 급격하게 변질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기획사들은 방송 제작을 하는데 왜 방송사는 매니지먼트를 못하냐”며 맞서고 있다. 실제로 YG엔터테인먼트는 9월부터 리얼리티 시트콤 ‘YG 전자’를 촬영할 예정이고,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SM C&C를 통해 드라마 ‘미씽 나인’, ‘질투의 화신’ ‘38 사기동대’, 예능 ‘우리동네 예체능’ 등을 제작했다. 여기다 이동통신사와 포털사이트까지 플랫폼 사업에 가세하면서 방송사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분쟁해결은 가능한가= 중소 기획사들의 고조되는 불만에 방송사들은 나름의 유화책을 제시하고 있다. CJ E&M은 또 다른 아이돌 육성프로그램인 ‘아이돌 학교’(Mnet)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선발된 뒤에는 다른 기획사가 맡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소 기획사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편 ‘프로듀스 101’이 골목상권 침해라기 보다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새로운 방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기획사에서 아이돌을 제작해 데뷔시키는 데 대중이 이제는 만족을 하지 못한다”며 “팬들이 직접 데뷔시키고 스타로 키워내는 ‘성장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측면에서 아이돌 육성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형 기획사에서는 지상파 피디 및 작가 등을 영입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방송사와 기획사의 경계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