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되는 KBS1 ‘KBS스페셜’에서는 ‘전쟁과 여성- 1부 그녀의 목소리’ 편이 전파를 탄다.
동아시아 전쟁을 겪었던 한·중·일 여성들의 야야기를 담은 ‘전쟁과 여성, 그 첫 번째 이야기.
▲ “우리는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
여성들이 전쟁을 통해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 전시성폭력. 난징대학살의 강간 피해자, 식민지 조선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본다. 전시성폭력이 할머니들의 인생에 남긴 상처와, 그 상처를 딛고 자신의 이야기를 증언하는 할머니들의 용기를 그린다.
▲ 일본군 ‘성노예’ 생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일본은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명목으로 ‘위안소’를 조직적으로 설립했다. 이곳에 한국, 필리핀 대만 등 14개국의 여성들이 성노예로 강제 동원됐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한국 피해자 할머니들은 27년째 일본에게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중 한명이던 김군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남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37명. 같은 상처를 지닌 이가 하나둘 떠나가도 매주 수요일이면 여전히, 일본대사관 앞으로 걸음을 옮기는 할머니들이 있다. 여성으로서 끔찍한 경험을 하고도 꿋꿋하게 삶을 살아 온 그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그녀가 위안소에 끌려갔다 온 후 끔찍한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것은 노래였다‘
평양에서 태어난 길원옥 할머니(90)는 13살에 만주위안소로 끌려갔다. 1945년 해방 후 귀국선을 타고 인천으로 도착했지만 망가진 몸과 남루한 행색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타향에서 술집을 전전하며 노래 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그녀의 나이 31살에 들인 양아들은 짓밟혔던 그녀가 애써 삶을 꾸려나가야 했던 이유였다.
중국으로 끌려간 또 한명의 성노예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91). 머리가 하얗게 쇠고 기력 또한 예전 같지 않지만, 그날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그녀는 1942년 ‘짐짝’처럼 끌려갔던 위안소를 사형장으로 묘사한다. 해방된 이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연변에서 결혼해 정착했다. 장애를 지닌 아들이 딸린 홀아비에게 시집간 이후, 생계는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 온 동네 여성들의 출산을 돕는 산파 역할을 했고, 왕복 40리길을 걸어 다니며 장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생계와 씨름하는 와중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야학을 다니며 늦은 나이 글씨를 깨친 이옥선 할머니. 그녀는 여전히 강직하다.
▲ 난징대학살 강간 증언자 장수홍의 목소리
1937년 일본의 중국 침략이 시작됐다. 일본군은 수도 난징을 함락한 후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참한 약탈, 방화, 고문 등을 자행했다. 역사는 약 6주 동안 3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을 ‘난징대학살’로 기록했다. 이 기간 중 일본군에 의한 강간 피해자도 2만 명으로 추산된다. 일본군의 살육, 난징대학살의 참혹했던 현장을 여성의 시각으로 묘사하고 일본군의 만행을 대중에게 당당하게 전하던 증언자. 장수홍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전한다. 12살의 나이에 일본군에게 강간당한 장수홍 할머니는 2016년 12월, ‘KBS 스페셜’ 카메라에 마지막 증언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91세의 나이, 병환을 앓고 있던 그녀가 마지막까지 전하려고 했던 ‘목소리’는 무엇이었을까?
1918년 태어나 난징대학살 당시 18살이었던 故 리슈잉. 일본군의 눈을 피해 지하실에 숨어있던 어느 날. 일본군이 지하실로 들이어왔고 그녀의 옷을 벗기려 하자 맨몸으로 격렬하게 싸웠다. 그 결과 그녀는 일본군의 칼에 37번 찔리고도 살아남았지만 7개월 된 태아를 잃었다. 이후 중국과 일본 등을 누비며 증언해 온 그녀. 일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얼마를 배상받기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얼마를 받길 원하느냐고요? 뱃속에 있던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지금 예순을 넘겼겠죠. 어느 정도 배상받아야 하는지 당신이 답해보시오.”
2004년, 그녀는 세상을 떠났지만 딸이 그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 살아남은 여성들의 강인함
KBS스페셜 ‘전쟁과 여성- 1부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단순히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 ‘일본 정부’를 향한 싸움의 기록이 아닌, 짓밟혔던 여성들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 본다. 나아가 나약하고 힘없는 피해자로서의 증언이 아니라 그럼에도 꿋꿋하게 생존해 온 그녀들의 강인함을 조명한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