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RBC)제도 도입과 저금리 고착화 등의 문제가 수년 내 보험사의 생존마저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외형 확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보장성 상품 및 변액보험 판매 확대 등 체질개선과 자산매각, 사업비 절감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주력한 것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산 규모 기준 업계 1위인 삼성생명(032830)은 이날 실적공시를 통해 연결기준 상반기 순이익이 9,46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1조5,696억원과 비교하면 39.7% 감소한 액수지만 지난해 발생한 삼성카드 지분 매입 관련 일회성 이익 8,207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26.4% 늘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IFRS17과 신RBC제도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난 3년간 꾸준히 보장성 영업을 강화하고 비용절감과 보유계약 관리 강화 등에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라며 “특히 보험시장 침체 속에서도 실질적인 장래 이익이라 할 수 있는 신계약 가치가 6.5% 증가한 점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에 앞서 지난 9일 실적공시를 한 한화생명(088350)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낸 덕분에 증시에서 이날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한화생명의 연결기준 상반기 순이익은 5,547억원으로 전년동기의 6,952억원 대비 20.2% 줄었지만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일회성 요인인 한화손보 지분 매입 관련 일회성 요인(4,088억원)을 제외하면 93% 이상 늘어났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경우 보유계약 중에서 저축성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책임준비금 전입액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크게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고 호평하며 목표주가도 9,500원으로 상향했다.
지난해 상반기 한화생명과 함께 저축성 보험 판매경쟁을 벌였던 동양생명(082640)도 보장성 보험 판매 강화로 빠르게 전략을 바꾸면서 올 상반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동양생명 실적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4.1% 늘어난 1,78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상품별로는 일시납 저축성이 5.4% 줄어든 반면 보장성은 2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NG생명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이 18.6% 늘어난 1,814억원을 기록했다. ING생명의 한 관계자는 “비용절감과 보장성 확대 판매의 영향이 크다”며 “특히 신RBC제도 변경을 선제 적용한 결과 RBC 비율이 523%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PCA생명을 인수한 미래에셋생명(085620)은 인수합병(M&A)에 따른 염가매수 차익 1,800억원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이 220억원으로 56% 줄었지만 IFRS17 도입 이후 부채 부담이 덜한 보장성 보험 판매와 변액보험 판매가 각각 26%, 44% 늘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장성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등 3년에 걸친 체질 개선 노력이 점진적이지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PCA생명 인수, 베트남 보험사 지분 취득 등이 성장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