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일단 실손보험을 섣불리 해지하지 말고 당분간 유지하는 게 의료보장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의료계의 반발 등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도 정부 방침대로 비급여가 모두 급여화하는 데는 적어도 5년 이상 걸리는데다 세부 계획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미용이나 성형 등을 제외하고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는 2022년까지 급여로 전환된다.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등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3,800여 항목이 전환 대상이다. 하지만 한번에 모든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 처리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일단 비급여와 급여의 중간 성격이라 할 수 있는 예비급여 항목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치료 효과는 있지만 가격이 비싸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예비급여로 분류된다. 이후 예비급여 중 꼭 필요한 항목이 순차적으로 선정돼 급여로 변경 된다. 이렇게 되면 예비급여 항목에 남아 있는 기존 비급여의 경우 30~90% 정도 본인 부담금이 계속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실손보험을 해지해버리면 예비급여 항목에서 발생하는 본인 부담금을 보장받을 수 가 없다.
게다가 새로운 의료기술이 적용된 새 비급여 항목이 계속 등장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방식의 수술이나 시술, 고가 신약 등의 경우 급여로 인정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인정되기 전까지는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이용이 잦은 가입자들 역시 소액일지라도 본인 부담금이 계속 발생하는 만큼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다.
보험료 부담 때문에 이번 정책 발표를 계기로 실손보험 해지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보험료 인하의 여지가 커진 만큼 지켜보는 편이 낫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계약 갱신에 따른 두자릿수 보험료 인상률이다. 보험사에서는 손해율, 즉 직전 계약기간에 발생한 적자만큼 보험료를 올리고 있다고는 하나 가입자 입장에서는 인상률이 과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책으로 보험료 인상의 주범이었던 도수치료 등의 항목이 국가의 관리체계로 들어가게 되는 만큼 보험사들의 적자가 줄어들고 보험료가 내려가게 것”이라며 “더불어 급여의 비급여화가 진행되는 동안 보험사들이 현재의 실손보험을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저렴한 보험을 내놓을 수 있는 만큼 일단은 유지하면서 보장 공백을 메우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