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중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판결 결과에 따라 국내 생산을 줄이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국내 자동차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3조원에서 최대 5조원의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되면 기아차(000270)는 물론 다른 완성차 업체와 협력업체로 부담이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일 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 등 완성차 5개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통상임금에 대한 협회의 입장’이라는 성명서에서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지게 되면 기아차의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업계는 노동부의 지침을 따랐고 노사 합의로 30년간 적용해온 관행에 비춰볼 때 이제 와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협회는 “지난 1988년 마련된 노동부 행정지침은 매달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했고 민간 업계는 이를 당연히 지켜야 하는 법적 효력으로 간주하고 임금협상에 적용해왔다”면서 “현행 임금체계는 정부 지침과 사회적 관례를 바탕으로 노사 간 상호 협상을 통해 총액임금 수준에 합의하고 이를 임금체계상 기본급, 상여금 및 제수당 간에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통상임금 개념 정의를 새로 판결하면서 그간의 임금체계와 임금총액에 귀책사유가 없는 회사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부담을 주고 노조 측에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덤으로 준다면 사법적 정의와 형평성에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통상임금 판단의 잣대로 삼는 일률성과 고정성·정기성의 판단 근거 역시 “단순한 내부적 인사기술적 규정일 뿐 통상임금의 판단 잣대가 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대차(005380)의 경우 상여금 시행세칙에 ‘두 달 동안 15일 미만을 근무한 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1·2심에서 노조가 패소한 바 있다. 반면 기아차는 이런 규정이 없어 고정성이 인정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업계는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소급 적용을 배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기아차는 현재도 버티기 힘든 과중한 인건비 부담으로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면서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수조원의 추가적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예상치 못한 경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 생산의 37%를 차지하는 기아차의 경영 위기는 1·2·3차 협력업체로 고스란히 전이될 게 분명하다”면서 “아울러 다른 완성차 업체에서도 관련 소송이 남발할 수 있고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과 경제 전반의 생태계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