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8%(8.92포인트) 하락한 2,359.47에 장을 마쳤다. 지수가 종가 기준 2,350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6월21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코스피는 장중 외국인의 매물에 2,339.0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해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장중 한때 19% 이상 급등했다가 5.4% 상승으로 안정세를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과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북한이 이날 다시 괌 포위사격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히자 불안 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858억원을 내다 팔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북한 리스크에 한국의 신용위험 지표는 14개월 만에 최고로 뛰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9일(현지시간) 62.74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57.32bp)보다 약 5bp 오른 수치로 지난해 6월27일(64.33) 이후 약 14개월 만에 최고치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해당 국가·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코스피는 오후 들어 금융투자와 연기금·보험·투신 등 기관투자가의 순매수가 확대되며 낙폭을 줄였다. 금융투자는 2,576억원을 순매수했고 연기금도 1,437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사흘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 8월 옵션 만기일이 도래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단기 회전성 프로그램 매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관은 프로그램매매에서 2,489억원 순매수하며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에는 지정학적 위험을 크게 인식하다가 후반에는 선물시장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국가·지자체 쪽에서도 매수세가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부터 가동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지수 하방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채권시장은 하루 만에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거래일 만에 하락(채권 강세)하는 등 5년물·10년물 금리가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시장에서는 당분간 채권시장 약세를 전망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량 매도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차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본유출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며 “원화 약세 시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로 인한 변동성 확대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