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출연도 아니다. 워너원이 뜨면 파격 편성이 뒤따른다.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은 2주 출연, KBS2 ‘해피투게더3’는 3주간 얼굴을 볼 수 있다. 갓 데뷔한 다른 신인 그룹들의 방송활동과 비교해보면 시작부터 탄탄대로다. tvN ‘SNL 코리아 시즌9’는 전 시즌 통틀어 최초 2주 편성을 약속했다. 1주 만으로는 이들의 매력을 다 보여주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진=KBS2 ‘해피투게더3’,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여기저기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워너원이지만 막상 방송에 비춰진 이들은 무척이나 수줍다. 멤버들은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낯설다’는 눈빛을 한다. 자신을 내려놓고 예능감을 뽐내기보다는 신인의 자세로 이름을 알리려는 모습이 더욱 자주 비춰진다. ‘해피투게더3’ 첫 출연 때도 연령대 높은 조동아리의 입담에 조금은 어색한 웃음이 감돌았다.워너원이라는 그룹이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라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것이기는 하나, 오디션을 제외한 예능 출연은 처음인 멤버가 대부분이니 당연한 일이다. 아직은 예능계가 어떤 곳인지 눈치를 보며 적응이 필요한 시기다. 그렇다고 예능 원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멤버가 11명이나 되는 만큼 눈에 띄는 몇몇의 멤버가 있다.
우선 정형돈 오피셜로 ‘워너원의 유재석’이라고 불리는 옹성우다. 옹성우는 ‘주간아이돌’에서 여러 성대모사를 보여주며 시선을 끌었다. 같은 멤버 박우진의 사투리 억양부터 매드크라운의 면도칼 랩까지 특징을 정확히 뽑아냈다. 여기다 해금소리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 개인기를 선보이는데 주저함 없는 ‘예능 야망남’이다.
/사진=KBS2 ‘해피투게더3’,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해피투게더3’에서도 옹성우는 특출 났다. 지난 3일 첫 출연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부터 남달랐다. 단정한 얼굴로 뻔뻔하게 치는 멘트가 매력적이었다. “오똑한 콧날과 깊은 눈빛. 옹성우의 T존은 오늘도 열일 중”이라고 자화자찬하는가 하면 “국내 최초 옹씨 연예인이다. 홍성우, 공성우, 웅성우, 온성우 아니다”라고 소개해 단번에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본인 입으로 “개그 욕심이 강하다. 한 번 조동아리가 터지기 시작하면 한 조동아리 한다”고 말한 것처럼 계속해서 활약을 이어갔다. ‘프로듀스 101’의 인기를 실감하기 위해 어머니를 모시고 외출한 사연을 털어놓거나 멤버들과 여자친구 상황극을 연기할 때도 돋보였다. 특히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이에 박수홍은 “시트콤하면 정말 잘 하겠다”고 칭찬하기도.
다음은 워너원 중 리더이자 맏형으로서 그동안 쌓은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활약하고 있는 윤지성이다. ‘주간아이돌’에서는 본인을 개인기 자판기라고 야심차게 소개했다가 옹성우에게 해당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지만 ‘해피투게더3’에서는 27세라는 나이를 바탕으로 유일하게 조동아리와 말이 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KBS2 ‘해피투게더3’,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지난 10일 방송분에서는 더욱 재치 있는 입담이 빛났다. 데뷔 전 7년 동안 고시원 생활할 때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초파리가 정말 많았다. 짝짓기를 하는 것까지 봤다”며 “조그맣고 엄청 빠르다”며 찰진 말투로 설명했다. 안타깝고 짠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전개를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다.윤지성의 매력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같은 예능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설아, 수아, 대박이를 만나 육아에서의 천부적인 소질을 뽐낸 것. 워너원의 엄마라는 별명을 가진 만큼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다정했다. 극사실주의 동물 맞히기부터 온몸으로 놀아주고 함께 옷을 개는 등 편하게 지켜볼 수 있는 매력을 분출했다.
‘자영업 끝판왕’ 김재환도 놓칠 수 없는 예능 원석이다. 김재환은 워너원 중 유일하게 소속사가 없는 개인연습생. 그래서인지 더욱 자유분방하고 친근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주간아이돌’에서 김재환은 ‘내 마음 속에 저장’이라는 애교 섞인 멘트에 록 스피릿을 넣는가하면 구박에도 주눅 들지 않는 긍정왕의 모습을 보여주며 호감 캐릭터로 등극했다.
/사진=KBS2 ‘해피투게더3’,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마지막으로 눈에 띈 의외의 예능 다크호스는 황민현이다. 사실 황민현은 뉴이스트라는 그룹으로 2012년 데뷔했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 황민현은 특별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것도, 나서서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끔 한 번씩 던지는 멘트가 주옥같다.‘주간아이돌’에서 황민현은 “다니엘, 옹성우, 김재환을 팀으로 뽑아서 도움을 줬다”고 말 한마디 했다가 몰이 당했으며 강다니엘 허벅지 춤과 박지훈 애교를 따라 할 때도 제일 마지막 순서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해피투게더’에서 상황극을 할 때도 엉뚱한 순수함으로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조동아리 신입 회원 투표에서 2표를 얻으며 개그감을 인정받았다.
물론 이 네 명이 끝은 아니다. 아직 조명을 못 받았을 뿐이지 예능 열망이 숨어있는 멤버는 더 많을 것임에 틀림없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은 만큼 다들 잠재된 끼가 어마어마하다. 앞으로 방송될 ‘주간아이돌’ 2주차, ‘SNL 코리아 시즌9’, ‘불후의 명곡’은 모두 완전체 출연이다. ‘해피투게더’에 모습을 비추지 못한 멤버들에게도 기회는 많다.
워너원에게는 데뷔를 위해 걸어온 날보다 앞으로 나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있다. 무대 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보여줄 에너제틱한 활약을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