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in이슈] '퇴직 후 치킨집' 차린 기자들 : 본격 창업대결 승자는?

자영업자의 팍팍한 삶 꼬집은 게임 십대 사이 인기
기자들이 직접 게임플레이 해보니

모바일 게임 ‘퇴직 후 치킨집’ 플레이 화면.


‘당신은 회사에서 퇴직당할 것입니다. 그 후 당신은 치킨집을 창업하게 될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에 놓였다. 모바일 게임 ‘퇴직 후 치킨집’ 얘기다. 은퇴 후 자영업자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40~50대의 팍팍한 삶을 빗댄 이 게임이 특이하게도 십대들 사이에서 요즘 화제다. ‘풍월량’, ‘옥냥이’ 등 인기 게임BJ들의 리뷰가 이어지면서 최근 앱 다운로드 수가 6만 건에 육박했다.


이 게임은 치킨 메뉴 개발, 가게 홍보, 임대료 납부 등 치킨집 창업과 운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타이쿤) 게임이다. 장사가 안 돼 가게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해서 갚도록 하는 설정도 있다. 대신 사업이 번창하면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수도 있고 강남 타워팰리스 아파트도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이윤을 많이 남기려면 중국산 닭을 사용하거나 중량을 속이는 꼼수(?)도 부려야 한다. ‘굉장히 몰입도 있는 게임(rpgxp70**)’, ‘게임설명이 웃픔ㅠㅠ(sjdprp**)’, ‘치킨집 할 돈은 모으고 퇴직해야 하는데(htw02**)’ 식의 현실감 가득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온다.

서울경제 기자들이 직접 앱을 설치하고 게임을 진행해봤다. 경영학 전공자인 한 기자는 가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둬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안전한 방향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하지만 달마다 적자가 계속 됐다. 기자는 “게임이긴 하지만 손님이 줄어드니 가게 임대료 걱정이 컸다”고 했다. 다른 기자는 치킨 가격을 최대로 올려 마진율을 크게 잡는 대신 홍보에 몰두했다. 게임 기준 150일 동안 치킨집을 운영한 결과, 가격을 비싸게 받고 홍보에 몰두한 기자의 가게가 다른 기자의 가게보다 400만 원 가량 매출액에서 앞섰다. 하지만 그렇게 운영할 수 있는 치킨집이 얼마나 되는지, 과연 그 가게가 지속 가능할지 등에서는 의문이 생겼다.

치킨집 운영에 성공해 프랜차이즈로 확장 시킨 게임 사례도 종종 등장한다. 소위 사업에서 ‘대박’이 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지난달 발표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현황’에 따르면 치킨집 신규개점은 3,988곳으로 1년 전보다 20곳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폐점은 2,852곳으로 같은 기간 400곳 가까이 늘었다. 서울시 빅데이터 분석결과 대표적 레드오션 업종인 치킨집은 개업 3년 이내 폐업률이 38%로 카페(36%)와 함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출시한 지 1년도 더 된 이 게임이 요즘에서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임 개발자인 대학생 강성진 씨는 “최근 갑자기 다운로드수가 늘어서 놀랐다. 게임을 출시한 지 오래 됐는데 하루하루 더 암울해지는 사회 때문에 게임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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