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반대 진영은 정부가 탈원전으로 야기될 전력수급 우려를 비켜가려고 예비율과 전력수요를 일부러 낮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반면 발전소를 과도하게 짓던 고속성장기와 달리 지금은 전력수요 감소세에 따라 더 경제적인 전력계획을 짜야 하며 탈원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진우 전력수급기본계획위원장은 “예비율이 1%포인트 감소하면 1GW 규모의 발전소를 더 짓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통해 원전 1기 건설 비용 4조5,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은 예방정비와 고장 등으로 인한 가동정지 기간이 LNG 발전 등보다 길어 예비발전소를 더 확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확대를 선택했다고 했다. 오는 2030년까지 늘릴 신재생에너지 설비규모만도 48.6GW에 이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허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당장 48GW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려면 막대한 공간이 필요하다. 태양광 1GW 설치를 위해서는 여의도 면적의 15배, 풍력은 70배가 있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두고 환경론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간헐성도 취약점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전력 피크 수요가 몰릴 때 대응할 수 없어 이를 뒷받침할 백업 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심의위 역시 재생에너지만 가지고는 전력 피크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다. 심의위원인 김욱 부산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기상여건에 따라 급격하게 올라가거나 줄어들 수 있는데 이러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1.6GW 수준의 예비 발전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수요 예측치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반영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전력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경제성장률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인 연평균 2.5%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2030년의 전력수요를 7차 전력수급계획보다 11.3GW 낮은 101.9GW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 전력수요예측에 대한 수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해 요리하는 인덕션 등 수요 급증분이 반영되지 않아 추정한 발전설비 규모가 축소됐다는 지적도 있다. 양성배 한국전력거래소 전력계획처장은 “7월 전력 수요전망 결과치는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변경됐기 때문에 수정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율을 낮출 때 갑작스러운 전력수요 증가에 대한 대처 능력도 우려된다. 정부는 2010년 5차 수급계획에서 예비율을 18%로 2%포인트 낮췄다가 2011년 ‘9·15 대정전’을 겪은 뒤 2012년 6차 수급계획에서 22%로 상향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전력수요보다 설비예비율이 높을 경우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 발전소가 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