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아역출신배우②] “주역이 되고 싶어?”…유승호·김소현·남지현의 정공법

최근 드라마를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아역 출신 배우들이 눈에 띈다는 것. 현재 방송 중인 SBS ‘다시 만난 세계’부터 근래에 종영한 KBS2 ‘최고의 한방’, MBC ‘군주-가면의 주인’, SBS ‘수상한 파트너’, MBC ‘자체발광 오피스’까지 아역 출신 배우들이 어엿한 주연 배우로서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다.

방송가에서 이들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역 출신 배우에게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어릴 때부터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습득한 안정적인 연기력을 꼽을 수 있다. 아이돌 출신 배우, 신인 배우를 기용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적다. 다음으로 오랫동안 브라운관 및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며 쌓은 인지도도 무시할 수 없다.

배우 유승호, 김소현, 남지현/사진=서경스타 DB
그러나 ‘아역 출신’은 어느 순간 꼬리표가 되기도 한다. 아역 시절에 반짝 스타였으나 지금은 방송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도 많다. 고정된 이미지 때문이다. 성인 연기자도 작품을 하다보면 이미지 변신이라는 벽을 만나는데 그보다 캐릭터가 한정된 아역 배우에게는 더욱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아역 시절 강렬한 인상을 남길수록 변신이 어려워지니 양날의 검이다.

배우들도 이 같은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여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한 김소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역이 아닌 성인 연기자가 되면서부터는 더욱 냉정하고 엄격한 평가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앞에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만큼 연기적인 면에서 혹독한 평가를 들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의 말이 정확하다. 대중들은 아역의 연기력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어린 나이임을 감안해서 어느 정도의 미숙함은 눈감아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역을 넘어 타이틀 롤을 차지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배우가 역할에 어울리는지, 다른 배우와 조화를 잘 이루는지, 몰입도를 해치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평가한다.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야 한다.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는 동시에 기존의 이미지와 너무 큰 괴리감이 생겨서는 안 되니 이보다 까다로울 수 없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김소현은 “사람들의 인식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너무 큰 시도나 변화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소현은 내년에서야 스무 살이 되는 ‘객관적으로 어린’ 나이다. 연기를 일찍 시작한 터라(2008년 데뷔) 어느새 주연까지 올라오게 됐지만 여전히 풋풋하다. 아직 대중들에게 어리다는 것이 인식된 상태에서 그것을 깨려고 하다 어색함과 이질감을 얻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으면서 천천히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면서 같은 아역 출신인 남지현을 언급했다.

2004년 데뷔한 남지현은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 덕만의 아역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역으로서 숱한 작품에 출연했던 그는 아역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탈피한 배우 중 하나다. 지난달 종영한 SBS ‘수상한 파트너’의 은봉희가 ‘선덕여왕’의 덕만 아역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들이 많다.


그 역시 김소현과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아역으로 있었던 시간이 약 10여년. 짧지 않은 시간인 만큼 조급함을 가지기보다는 “적어도 내가 아역으로 보내온 시간의 반은 흘러야지 완전한 성인으로 인식해 주지 않을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했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 작품마다 플러스알파를 추가했다고.

대표적인 아역 출신 배우 유승호 또한 같은 마음이다.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미지를 어른스럽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목적을 이미지 변신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목매는 것 같기에 굳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신중하면서도 쿨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진=MBC ‘보고싶다’, ‘쇼핑왕 루이’,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
이어 덧붙인 말이 아역 출신으로서 고민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던지는 가장 정확한 해답이지 않을까 싶다. 유승호는 “2002년 출연한 영화 ‘집으로’의 꼬마 아이로 봐도 상관없다”고 전했다. “자신을 어떻게 봐달라고 하기 보다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며 작품 중 기억에 남는 느낌대로 기억해주면 그만이라는 것.

앳된 얼굴, 사회적으로 봤을 때 한참이나 어린 나이, 그러나 10년 정도는 가뿐하게 넘긴 경력. 아역 출신 배우들은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만큼 모순적인 굴레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가 되면서 이 ‘모순’을 기회로 활용할 것이냐 약점으로 남겨둘 것이냐는 배우 본인의 몫이다.

앞서 언급된 배우들이 성공한 아역 출신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역이든 성인역이든 상관없이 매번 자신의 역할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매 작품마다 해당 캐릭터에 몰입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그 때 그 아역이 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괴리감 또는 기시감이 들지 않게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 청춘물 등 나이 대에 어울리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승호는 아동기를 거쳐 2010년 ‘공부의 신’에서 청소년 역으로 주연을 맡았다. 김소현 역시 2015년 ‘후아유-학교2015’에서 주연으로 발탁돼 고등학생 연기를 했다. 온전한 성인역은 아닐지라도 1인 2역을 소화하며 아역 김소현이 아닌 배우 김소현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작품에서 변신의 폭이 너무 크지 않은, 그러나 아역 시절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는 MBC ‘쇼핑왕 루이’(2016)에 출연한 남지현의 선택이 영리했다. ‘수상한 파트너’로 조금 더 성숙한 멜로에 임하기 전 ‘쇼핑왕 루이’에서 서인국과 풋풋한 첫사랑을 연기하며 괴리감을 줄였다.

적당한 공백기도 효과적인 아역 이미지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유승호는 또래 남자들처럼 스무 살에 입대를 결심했다. 영화 ‘집으로’부터 아직은 어린 유승호를 기억하던 이들에게 군대에서의 늠름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인이라는 것을 와 닿게 했다. 모범적인 군 생활과 각종 미담으로 이미지가 더욱 좋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공백기 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김소현, 남지현, 유승호 세 배우가 말한 것처럼 경력만큼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차근차근해나가는 것이 정공법이다. ‘아역 이미지 탈피’라는 것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매 작품마다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 임하는 것이 답이다. 진심을 다한 노력은 결국 통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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