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이번주가 분수령] 키신저 "북 위기 해법은 북미대화 보다 미중외교"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구체행동 담긴 성명 통해
북 더욱 고립시킬수 있어
한국, 중요한 역할 맡아야

헨리 키신저
‘외교의 귀재’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북한 핵·미사일 위기의 해법으로 북미 직접 대화보다 미중 외교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미중이 한반도 위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 위기 해결 방법’이라는 제목의 11일자(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아시아의) 핵 확산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이라며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중국과의 외교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이 전면적인 핵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미국 핵우산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은 물론 베트남 등도 핵무기로 자국을 보호하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북아의 군비 확장은 중국으로서도 원하지 않는 방향이며 “중국은 북한 내부 위기가 자국의 정치·사회에 미치는 악영향과 (핵 확산으로 인한) 동북아의 안보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고 키신저 전 장관은 분석했다.


그는 “북한 위기를 다루는 미국 외교 및 다자 외교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특히 중국과 미국이 합의(consensus)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상호이해는 반세기 넘는 한반도의 교착상태를 풀어가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행동을 담은 미중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일본도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한국보다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 나라는 없다. (한국은) 중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간 협력의 중요성에 비하면 북미 대화는 부차적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중국과의 공조가 아니라면) 미국과 북한이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이는 미국으로서는 최소한의 이익만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라며 “중국과의 상호 이해가 최고의 압박과 믿을 만한 보증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알려진 미국 외교 원로로 최근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잇단 조언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핵심 관료들에게 “북한 정권 붕괴 이후의 상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사전에 합의하면 북핵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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