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니시노 게이오대 교수 "한일 관계 '위안부 합의' 문제로 흔들려선 안 돼"

연세대 박사 출신 '지한파'
적폐청산 차원 '재협상' 여론 부상
韓, 합의 재검토 등 요구하겠지만
日도 對韓 불신 여론 심각한 수준
GSOMIA·통화스와프 재개 가능
한미일 조율 통한 대북공조 절실
조급한 생각 접고 교집합 찾아야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 /도쿄=변재현기자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 모두 위안부 합의 문제가 한일관계를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하자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양국 여론입니다.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인식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도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한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한일 정부가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양국관계가 개선되기까지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시노 교수는 연세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을 맡아 일본 내 한국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와 그 외 정책을 분리하겠다는 대외정책을 일관되게 보여왔다”며 “(투트랙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정부도 한일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입장”이라며 “위안부 합의가 양국관계를 뒤흔들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 양측의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경색된 외교관계에도 “양국이 현재까지 이어온 협력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계속될 것으로 보며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도 힘들겠지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안부 합의 문제와 역사인식으로 나빠질 대로 나빠진 국내 여론은 향후 양국의 외교활동 범위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니시노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과연 한국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나라인가’라는 불신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일본 내 대한(對韓)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도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니시노 교수는 “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부정적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위안부 합의 검증이나 화해·치유재단 활동 재검토는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문 정부는 ‘재협상’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겠지만 합의 재검토 결과에 따라 일본의 보완적 조치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내다봤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국내의 지지기반 불안으로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위안부 문제 등 일본 내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니시노 교수는 진단했다.

한편 니시노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 리스크 관리에서 한미일 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성급한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난달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의는 한미일 간 조율이 없었다고 본다”며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에는 대북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없어 빨리 대화를 해야 한다고 조급하게 생각하는 듯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간 협의도 없는 상황에서 유화적 제스처는 미국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며 “독주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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