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질적인 심리와 욕망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한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가 오는 9월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네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엠. 버터플라이’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이다.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前)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충격 실화를 모티브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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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듣고 주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김주헌은 “‘엠. 버터플라이’를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프랑스 영사 ‘르네 갈리마르’ 역의 배우 김주헌과의 일문 일답이다.
Q. ‘엠.버터플라이’ (엠 나비)합류는 어떻게 하게 됐나?
▶ 연극열전 허지혜 대표님께 ‘르네 역할을 회의 중이다’는 연락을 받고 대본을 먼저 봤어요. 2번 정도 읽었는데 대본이 너무 좋은 거였어요. 그 뒤 연출님을 사무실에서 뵙고 대본을 반납했어요. 내가 해야 하는 게 맞다면 저한테 다시 연락이 올거라 생각하고 반납을 했던거죠.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충무아트홀에서 했던 ‘킬 미 나우’ 막공 때 다시 연출님과 대표님을 만나 최종 하기로 결정했어요.
Q. 처음에 대본을 반납한 이유를 물어본다면?
▶ 설마 내가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들이 주로 한 작품이잖아요. 그 쪽 배우들과 전 결이 다르다는 생각도 한 몫 했어요. 제가 극단 작업 위주로 해서 그런지, 이쪽 배우들이 굉장히 고운 결의 배우란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직접 경험해보니, 이것도 저의 또 다른 편견이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장율, 오승훈, 김도빈 배우 모두 결 차이는 있었지만 다른 배우가 아니었어요.
또 다른 이유는 약간의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지난 서울시극단과 함께 했던 관단체 작업 말고는 대형 제작자와 하는 작업은 처음이라서 더 그랬나봐요.
Q. 배우로선 두려워도 매력 있는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 같은 건 생기지 않았나?
▶ ‘엠 나비’가 이미 삼연까지 성공적으로 해왔던 상황에서 사연에 새로운 캐스트로 들어간다는 게 분명 부담 아닌 부담이 있는거잖아요. 첫 리딩 했을 때, 내가 가야 할 길이 엄청 멀구나. 기존에 해 왔던 것과 많이 다른 느낌이다는 걸 체감했거든요.
그런 이유보다 작품 자체,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이 컸어요. 이것이 실화에 기반한 연극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단 배우가 봤을 때 르네란 역할을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을 하니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공연을 본 적은 없고 대본에만 기반해서 접근해가고 있는데 되게 매력 있어요.
Q. 지금까지와는 다른 르네가 김주헌 배우의 몸을 통해 탄생하나.
▶ 지난 ‘엠 나비’ 공연을 못봐서 이전과는 어떻게 달라졌다고 말씀 드리긴 조심스러워요. 지난 공연을 안 본 게 차라리 잘 된 것 같아요 이 전 공연을 봤다면, 그 만큼 많이 했던 작품인데, 그 속에서 제가 얼마나 새롭게 창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을 듯 해요. 관련 영화 도 일부러 안 보고 있어요.
얼마나 새롭게 창조할진 모르겠지만 새로운 르네를 창조해보고 싶어요. 멋들어지지만은 않은 인물을 창조하고 싶어요. 아. 그 말은 들었어요. 대표님이 지금까지 이렇게 까만 르네는 없었다고 하시던걸요. 연출님도 프랑스인이 이렇게 피부가 까맣다고 우스갯소리도 하셨어요. 하하.
Q. 누구 누구 배우만의 스타일이 좋기도 하지만 이 지점이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작품마다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오는 배우인가?
▶많은 배우들이 자기가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요. 그게 무기가 될 수 없는데, 불리할 때면 꺼내서 써요. 저 역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번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특히 극중극에서 역할이 바뀌는 장면이 신경 쓰고 있어요. 그런 변화들을 주는 것에 있어서, 배우로서 호흡 등이 유연하지 못하거든요. 그만큼 더 노력하는 수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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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서의 흐름을 어떻게 잡아갈지, 어떻게 공감도를 형성할건지가 관건 인 것 같아요. 그 모든 걸 잘 해 내기 위해선 많은 대사량을 잘 소화해야 해요. 그 부분에 대한 심리적인 암박감이 있어요. 게다가 상대 배우가 더블인데다 또 만나는 배우가 많잖아요.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늘어나는 거죠. 그런 불안감을 웬만하면 다 해결하고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김동연 연출님은 강하게 디렉션을 주지 않으세요. 아직은 연출님 작업 방식을 잘 몰라서 배워가고 있습니다.
Q. ‘엠나비’를 욕망이 만들어낸 환상, 그리고 사랑이란 주제를 담은 연극으로 정의한다. 르네가 어떻게 작품에 임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공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
▶ ‘엠나비’엔 환상과 사랑, 동양과 서양, 남자와 여자 등 여러 가지 주제들이 중첩 돼 있어요.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보니 배우가 서브 텍스트는 물론 작품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가 중요해요. 그 뒤 그 주제를 얼마나 진실되게 전달하는지에 따라 공감도가 달라질 듯 해요.
게다가 외국인 정서가 우리와는 다르잖아요. 대본을 읽다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코미디인데, 이런 말을 왜 하지? 라고 의문이 생기면 연출님과 많은 대화를 나눠요. 외국 원작이지만 어쨌든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연극이잖아요. 한국인들에게 공감 가는 연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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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성은 진정성인데...(한참을 생각하더니)이게 예가 될지 모르겠는데, 리딩을 하거나 상대 배우랑 개인적으로 연습을 할 때, 내가 상대방의 말을 듣고 반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달라요. 그렇지 않으면 템포 조절이 안되는 게 당연한거잖아요. 연습할 때부터 계속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해요. 상대배우와 정서가 느껴졌을 때 연기을 할 수 있어요. 대사를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시간에 쫓기고 있지만 상대의 말을 듣는 것. 그런 부분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테크닉적으로 뭔가 연기를 잘하는 게 진정성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했던 연극 ‘하늘은 위에 둥둥 태양을 들고’(권태)에 긴 독백이 나와요. 가족에 대한 독백인데 진정성을 담다보면 제 마음에 대사가 오거든요. 처음엔 표현의 방법이 뭔지 모르겠어서 뭐든 소리를 지르고, 울고 그랬어요. 그것 역시 제 진정성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 뒤 시간이 흐른 뒤, 배우가 꼭 큰 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작은 목소리로 줄 수 있구나란 걸 깨달았어요. 저는 많이 듣고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요.
Q. 관객들에게 자극을 주는 배우 김주헌으로 기억하겠다.
▶이번에 되게 잘 하고 싶어요.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어요. 어떠한 게 됐든 관객들이 ‘빡’ 한 자극을 받았으면 해요. 그게 뭐가 됐든지요. 그런데 욕심 부리면 안 돼요. 제가 처음에 대본을 돌려드린 이유도 바로 그것이거든요. 욕심을 내려놓고 무대에 오르겠습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