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아웃렛도 유통업 규제 적용…'甲 횡포' 전방위 압박

[4대 갑질에 3배 손배제 도입]
납품업체 민사적 구제수단 확충
판촉행사 인건비 공동부담 추진
연말까지 판매수수료 공개대상
대형마트·온라인몰까지 확대

“대형마트가 판촉비를 떠넘기거나 판촉사원을 보내라고 하는데 ‘을’의 입장에서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비용부담도 늘고 인력활용이 제한돼 애로가 큽니다.”

“유통업체에서 팔리지 않는 상품을 회수해가라고 요구하는데 어쩔 수 없이 응하고 있습니다. 결국 유통업체의 재고비용까지 떠안게 돼 사업에 상당한 부담을 느낍니다.”



지난해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 분야 납품업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밝혀진 대형 유통업체들의 관행적인 ‘갑질’ 사례다. 공정위는 유통 분야의 고질적인 ‘갑질’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법을 위반해도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이 제재에 따른 불이익보다 크기 때문에 지속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존 법과 제도로는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피해구제나 권익보호가 충분하지 않은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파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3일 발표된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은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의 처벌 기준은 높이고 ‘을’의 입장인 납품업체의 실질적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 보강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정위는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업계의 자율적인 개선방안을 촉진하는 내용을 포함해 총 세 가지 차원의 전략을 바탕으로 15개 실천과제를 내놓았다.

우선 대형 유통업체들의 고질적·악의적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 다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대 3배’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3배’로 고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반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수를 올리거나 3배를 못 박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유통업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에 대해서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는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자만 규제 대상으로 본다. 이 때문에 사실상 유통업을 영위하는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은 임대업자로 등록해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왔다. 사각지대가 생긴 탓에 스타필드·코엑스몰·신세계아울렛 등에 입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그동안 보호를 받지 못했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에 상품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임대업자를 포함하는 개정을 추진해 중소 입점 업체의 권익을 보호할 법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판매수수료 공개대상을 현재 백화점과 TV홈쇼핑에서 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까지 확대한다. 납품업체들의 정보접근 사각지대를 해소해 수수료 협상을 할 때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여기에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종업원을 사용하는 경우 인건비를 절반씩 분담하도록 했다.

이 밖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에게 판매된 수량에 대해서만 납품업체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판매분 매입’ 관행도 뿌리 뽑는다. 이러한 관행은 유통업체에는 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납품업체에 모든 부담이 전가된다는 점에서 납품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판매분 매입을 반품규제 회피를 위한 탈법행위로 규정해 금지한다.

특히 공정위 차원에서는 매년 중점 개선 분야를 선정해 집중 점검·관리한다. 공정위가 유통 업태별로 관리하려는 이유는 업태별로 거래특성과 납품업체의 애로 요인이 다른데 일률적인 감시와 제재만으로는 거래관행 개선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신고한 경우 포상금 지급 상한도 기존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인상한다. 신고포상금 제도는 2012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포상금 지급 사례가 2건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공개되지 않았던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판매장려금, 각종 비용공제 등도 공개하는 대규모유통업거래 공시제도도 도입한다.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가 매년 공시를 위해 이러한 내역들을 자체 점검하게 되면 불공정거래의 자정작용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