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이번주가 분수령] 美 '지재권 조사 카드'로 中 압박...中은 北에 특사 파견설

<돌파구 모색 나선 국제사회>
EU 오늘 긴급회의 소집...北도발 가능성 집중 견제 나서
"힘 센 자가 한발 물러서야" 러는 中 '쌍중단' 주장 옹호

한반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중국 정상이 거듭 머리를 맞대고 유럽연합(EU)과 러시아도 가세해 외교해법을 적극 모색하는 등 한반도의 ‘8월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북한의 미국령 괌 포위사격 예고로 대북정책에 있어 중대 기로에 서게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미중이 동의했다”고 중국과의 공조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를 고집하는 중국에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를 조사하겠는 카드를 내밀며 중국이 실질적인 대북 압박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고강도 무역 압박으로 중국이 북미 충돌의 중재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EU도 14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북핵 문제의 대응책을 논의하며 북측의 도발 가능성에 견제를 집중하고 나섰다. 세계 주요국들이 일제히 북한에 대한 압박과 한반도 사태 해법을 찾기 위해 골몰한 가운데 위기 타개의 막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2일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긴장 고조 행위와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와 평화적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미 정부는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 미국 측은 북한의 우선적 도발 중단에 초점을 맞춘 반면 중국은 최근 위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오럴 리스크’도 작용한 측면을 고려해 북미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고 강조해 일부 이견도 노출했다. 하지만 미중 정상 간 통화 시점이 북한 전략군이 미국령 괌 주변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고 한 이달 중순(15일 전후)을 겨냥해 이뤄져 대북 압박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도 북핵 해결에 ‘대화와 담판’을 촉구하며 북한뿐 아니라 미국에도 정책 전환을 요구했지만 북측이 마냥 시 주석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추가 도발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시 주석의 대화 촉구는 북측에 그만 시끄럽게 하고 6자회담에 다시 나오라는 엄중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에 도발 중단과 대화 재개를 압박하도록 지재권 조사 카드를 다시 꺼내 들 태세여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추가 경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CNN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미국 지재권 침해 혐의를 조사하라고 명령할 계획이라며 이 점을 시 주석에게도 알렸다고 전했다. 미측 지재권 조사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것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기업들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벌써 중국 측이 반발하고 있지만 제재 결정에 상당한 시일이 걸려 현재로서는 대중 압박 카드로 상징성이 크다.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협력 여부에 따라서는 무역 이슈에서의 대중 압박 고삐를 늦추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시사해온 만큼 제재를 막기 위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미 간 극한 대립과 자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확대될 조짐에 EU도 14일 임시 정치·안보위원회를 소집해 북한 상황에 대한 가능한 조치들을 논의한다. EU의 주축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세계 안보에 위협 요소가 된 북한에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하는 등 한반도 위기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과 EU의 공조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미국과 EU 등 서방이 북한 압박에 집중하는 데 비해 러시아는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북핵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옹호하며 한반도 위기에 개입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싸움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는 더 힘이 세고 현명한 자가 먼저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며 미국 측의 양보를 촉구했다고 지난 11일 타스통신은 전했다.

이 밖에 유엔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모든 당사자들이 노력하면서 대화 재개를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한반도와 같은 긴박한 정세를 다룰 때 초점은 외교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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