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 기획 워크숍/연합뉴스
불교계에서 육식을 금지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지만 일각에서는 경직된 규범이 출가자 감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14일 조계종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는 지난달 20~23일 ‘백년대계 기획 워크숍’을 열어 불교계의 위기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육식 금지 규율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티베트 스님들은 수행을 잘하는데 고기를 먹는다”며 “한국 스님들은 지킬 수 없는 계율에 얽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석자도 “불살생과 고기를 먹는 것은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율장에 따르면 일부 육식은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불가에서는 죽이는 장면을 보거나, 그 소리를 듣지 않은 고기, 자신을 위해 잡은 것이 아닌 것, 수명이 다해 죽은 생물의 고기, 매나 독수리 따위가 먹다 남은 고기 등 오정육을 먹어도 된다고 규정한다. 육식 금지 규율과 관련해 또 다른 참석자는 “대만 불교가 1965년 이후 육식 금지의 계율을 지키며 대중의 존경을 회복했다”며 “채식 문화가 세계적으로 융성하고 있는데 불교가 역행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닭과 소, 돼지가 공장식으로 사육되고 1kg의 고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양의 곡식이 쓰인다”며 “육식으로 인해 세계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라 지적했다.
육식을 둘러싼 불교계의 찬반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만해 한용운도 육식에 찬성했다. 1910년 부패가 만연한 한국 불교를 비판하며 쓴 논설 ‘조선불교유신론’에서도 그는 승려의 결혼과 육식에 찬성하며 ‘대처식육론’을 주장했다. 출가승 중심의 전통이 불교와 사회를 단절시킨다는 것이다. 오늘날 종단은 채식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2015년 9월 확정된 ‘대비원력의 발심과 실천을 위한 승가 청규(淸規)’는 ‘식생활은 승가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며, 질병과 요양 등이 아니면 육식을 삼가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