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댓글부대’ 등을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진다.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으로부터 ‘댓글 사건’과 관련해 ‘사이버 외곽팀’ 활동 내역 등에 관한 중간 조사결과 자료를 넘겨받았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여론조작 조직인 ‘사이버 외곽팀’의 존재와 활동 양태,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운영 개입 정황 등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국정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TF)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 시절인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알파(α)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최대 30개까지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2011년 10월 옛 국정원이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받아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이 국정원이 사이버 공간 내 불법 정치활동 개입하게 된 중요한 계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댓글 사건’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로 확대시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은 국정원 내부 조사를 통해 확보된 이번 자료가 이달 30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원 전 원장 사건의 진상 규명에 중대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2013년 6월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에서는 70여명으로 꾸려진 심리전단 직원들이 ‘일부 외부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감행한 인터넷상 정치·선거 개입 활동이 핵심 사안으로 다뤄졌다.
정권 교체 이후 진행된 국정원 자체 조사를 통해 원 전 원장의 기존 공소사실에서 다뤄지지 않은 대규모 여론 조작 활동 정황이 새롭게 포착됐다. 기존 재판에서 쟁점이 된 국정원의 선거 개입 활동 범위가 일부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재판부에 중대 사정 변경을 이유로 변론 재개를 신청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기존의 원 전 원장 사건 공소유지팀 외에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를 주축으로 수사팀을 꾸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광범위한 불법 정치활동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