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는 손님 없이 특별 휴가를 맞은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아이유의 모습이 그려졌다. 민박집 오픈 이래 가장 북적거리는 아침 식사 후 묵고 있던 손님을 모두 보낸 효리네 민박은 모처럼의 여유를 잔뜩 즐겼다.
/사진=JTBC ‘효리네 민박’
특별 휴가 첫 번째 코스는 오일장 방문이었다. 시장에서 장보는 것이 능숙한 이효리 부부를 따라 아이유도 함께 구경하며 제주의 일상을 즐겼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천왕사. 절에 가고 싶다는 아이유를 위해 이효리가 추천한 곳. 이효리는 제주에 정착하기 전 왔었는데 사람도 없고 풍경이 예뻐서 좋았다며 추억을 하나둘씩 꺼내 놨다.세 번째는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이효리는 적당히 차려입고 가야한다며 아이유에게 옷과 신발을 빌려줬다. 손수 드라이까지 해주며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이었다. 이어 본인도 변신했다. 그동안 화장기 없이 편안한 옷을 입었던 것과 다르게 간만에 스모키 메이크업도 하고 수수함에서 벗어난 것. 아이유는 “언니, 이효리 선배님 같아요”라며 감탄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이효리의 새벽 요가에 아이유도 함께 했다. 새벽 4시 30분부터 준비하고 집을 나서야 하는 만큼 쉽지만은 않은 일정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요가를 마친 뒤 얼굴에 개운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이효리와 아이유는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이유는 먼저 “들떴다는 느낌이 들면 기분이 안 좋다. 통제력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이효리는 “너무 기뻤다가 슬펐다가 하는 게 나의 문제라고 생각 한다”고 반대의 성향을 밝혔다. 이렇듯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지만 결국 고민은 같았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 이효리는 “너나 나나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네”라고 정리했다.
이효리가 자신의 이야기로 대답하자 아이유는 “이제는 조금 놓고 싶다. 많이 울고 싶다”며 더욱 깊은 속마음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효리는 “나는 기복을 줄이고 싶다”고 마찬가지로 바라는 점을 말했다. 이어 “너랑 나랑 반대니까 같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그러려고 너와 내가 만났나보다. 세상에 이유 없는 일은 없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각자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아이유는 친한 동료인 유인나를 언급했다. 자기와 성향이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며 맞춰가는 중이라는 것. 이효리 역시 처음에는 남편 이상순의 감정이 메말랐다 생각해 섭섭했지만 이제는 매일이 이벤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를 둘러싼 여러 가지에 대해 공유하며 둘은 더욱 가까워졌다.
아이유가 출근 준비를 하러 간 동안 이효리는 아까의 이야기를 이상순과 나눴다. 그는 “지은이(아이유)가 차분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 번 울고 화도 내봐야 되는데”라며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사진=JTBC ‘효리네 민박’
이효리와 아이유의 대화는 누군가가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여느 토크쇼처럼 주제가 딱히 정해지지도 않았다. 제주도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나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진솔하게 털어놓는 만큼 서로에게 와 닿는 것도 많았다. 두 사람의 이런 대화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효리가 컴백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을 때도 진심은 오고갔다.본격적인 컴백을 앞두고 소속사 직원과 예능 출연에 대한 이야기한 이효리는 문득 두려움을 느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제는 더 어린 후배들이 많은 곳에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던 것. 이상순에게 해당 고민을 털어놨지만 개운하지는 않았다. 이효리는 아이유를 찾았다. 같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데뷔년도로 따져봤을 때 정확히 10년차다. 그런 후배 가수에게 이효리는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상에서 박수 받으며 떠나는 것보다 힘든 것이 차근차근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벽히 돼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며 망설임과 기대감 사이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아이유는 “언니는 그런 생각 안 할 줄 알았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 잘 될 때 즐기는 것도 중요한데 이거 다음에 안 될 거야 생각하느라고 행복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상에서의 기쁨을 즐기면서 “나는 여왕이야. 따라올 사람이 없어”라고 생각했던 이효리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통하는 것이 있었다. 솔로 가수로서 자신이 내놓는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이효리와 아이유는 서로에게 별다른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겪었던 것을 담담하게 공유할 뿐이었다. 고민은 때로 입 밖에 나오는 것 자체로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기도 한다. 내내 안고 있던 걱정과 불안을 타인에게 털어놓으며 압박감이 줄어들게 되는 것.
아이유는 “앨범 준비할 때는 몰두하다가 나오고 나면 무너진다. 쓸쓸하던 차에 제주도에 오게 됐다. 하루하루 가는 게 너무 아깝다. 언니는 안 느껴지나. 이 생활을 너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행복한 현재를 표현했다. 이효리는 “느껴진다. 사람이 꼭 말을 해야만 아는 게 아니다. 말을 안 할 때 더 느껴지는 게 있다”라며 연륜이 느껴지는 대답을 건넸다.
4년 만에 신곡을 발표하는 이효리와 그동안 쉴 틈 없이 앨범을 냈던 아이유의 만남. 거리감이 있어 보였던 두 사람은 생각보다 더욱 편안하고 진솔하게 서로를 대했다. 고민과 걱정을 망설임 없이 공유했다. 제주도의 한가로움과 더불어 진정한 마음의 여유를 찾은 둘이었다. 이효리와 아이유, 정말 이러려고 만났나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