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GDP 新났다…'내수의 힘' 빛났다

2분기 GDP 전분기比 1.0% 증가
2년만에 가장 가파른 성장세 보여
6분기 연속성장, 11년만에 최장행진
지지율 하락 아베에 호재 될수도
전문가, 성장세 유지 여부엔 부정적

일본 경제가 2·4분기 중 내수 회복에 힘입어 2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일손부족에 따른 고용회복이 기업의 설비투자와 가계소비를 자극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물가는 임금 인상 부진으로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물러 가파른 경기회복이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14일 일본 내각부는 올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0%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연율로 환산한 성장률은 4.0%로 지난 2015년 1·4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 속도다. 이로써 일본 경제는 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며 2006년 이후 11년 만의 최장 성장 행진을 기록하게 됐다. 경기 체감에 가까운 명목GDP 성장률도 2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 1.1%(연 4.6%)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일 일본 경제가 3·4분기에도 확장세를 이어간다면 2001년 이후 최장 활황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낸 데 일등공신은 내수다. 일본 경제를 장기간 견인했던 수출이 0.5% 감소해 4분기 만에 뒷걸음질친 반면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각각 전 분기 대비 0.9%와 2.4% 증가하며 2014년 1·4분기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회복돼 성장을 이끌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부족한 일손을 대체하기 위한 설비투자에 앞다퉈 나서고 고용 개선 등으로 체감경기가 호전된 개인들이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 구입을 위해 지갑을 열면서 내수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살아난 내수를 반영하듯 수입도 1.4% 증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내수 호조가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며 “주택건설이나 공공사업이 늘며 해외에서 자재를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경기지표 개선은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렸던 아베 신조 총리에게도 모처럼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소비 확대는) 앞서 경제회복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약속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좋은 신호”라며 아베 총리가 2012년 집권한 뒤 아베노믹스 등으로 임금상승과 소비확대를 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생상은 이날 “국내 소비가 계속 경제 확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싶다”며 “올 1·4분기에 비해 정책효과가 나타났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 경제의 ‘서프라이즈’ 성장이 앞으로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지표가 비정상적으로 좋게 나왔다며 하반기 이후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여전히 낮은 임금 인상 속도는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이다. 우가이 히로시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는 견조한 상황을 유지하겠지만 내수가 현 수준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며 “3·4분기에는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내수주도형 성장이 유지되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인구감소는 일본 소비시장의 축소로 이어지고 기업 역시 임금 책정과 설비투자 결정에서 신중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비가 여전히 디플레이션형 저가소비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향후 성장세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WSJ는 “일본은행(BOJ)이 물가를 끌어올리려 한 데 반해 유통기업들은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매출 규모를 보전하고 있다”며 경기확장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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