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매출)는 크지만 이익률이 낮아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던 백색가전이 LG전자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시장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익 창출에 톡톡히 기여하는 ‘금빛 가전’으로 거듭났다. 품질 향상과 체질 개선을 강조하며 올해 초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조성진 부회장의 경영 전략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냉장고와 세탁기·에어컨 등 LG전자의 주요 생활가전 생산 라인의 올 상반기 가동률이 지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냉장고는 102%를 기록했고 세탁기와 에어컨이 각각 94.4%와 121.6%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냉장고 생산 라인 가동률이 92.6%였고 세탁기와 에어컨이 각각 77.7%와 114.5%였던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상승세다.
LG전자는 국내 백색가전 생산의 핵심 기지인 창원을 비롯해 중국 등에서 올 상반기에만 508만대의 냉장고를 생산해 지난해 연간 생산량인 848만대의 60%가량을 이미 달성했다. 세탁기와 에어컨도 각각 602만대와 567만대를 생산했다.
LG전자 생산 라인이 이처럼 풀가동된 것은 시장에 내놓은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많은 에어컨 판매량을 기록했다”면서 “공기청정과 제습과 같은 기능이 탑재돼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백색가전은 매출 규모는 크지만 마진은 많지 않다.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얘기다. 시장 규모는 한정돼 있는데 중소형 가전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최근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가전 부문의 이익률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10%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제조업체 기준으로 따져도 10%는 주목을 받을 만큼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수익성이 낮다고 인식돼온 백색가전 사업의 이익률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수익성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공언해왔다”면서 “이 같은 조 부회장의 경영 방침이 실적으로 나타나면서 임직원들의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