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문재인 정부가 현재 공석인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 노동계 출신 인물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민주노총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최고위원과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 같은 인사가 이뤄지면 일자리위원회와 고용노동부·노사정위 등 노동 정책의 핵심 세 축을 모두 친노동 성향의 인물이 이끌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사용자 측은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15일 노동계와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전날 취임함에 따라 조만간 신임 노사정위원장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노사정위원장에는 문 전 대표최고위원, 단 전 위원장, 심 전 대표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위의 한 관계자는 “하마평에 대해 우리가 특별히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노동계 출신의 위원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998년 노사정위가 출범한 후 2명의 노동계 출신 인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노총 출신의 김금수 전 위원장과 한국노총에 몸담았던 조성준 전 위원장이 참여정부 때 임명됐다.
경영계 등은 일단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강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노동 시장의 운동장이 노동자 쪽으로 잔뜩 기울어 있는데 노사정위원장까지 노동계 출신 인사가 맡게 되면 노사정(勞使政)에서 사(使)는 빠진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며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재계는 노동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노동계 출신 인사가 노사정위를 맡으면 일자리 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일자리위와 정책 입안 및 집행을 담당하는 고용부, 정책 추진체 역할을 맡는 노사정위 등 노동 정책의 핵심 3축을 전부 친노동 성향의 인물이 진두지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일자리위는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와 뜻을 함께하는 이용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는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출신의 김영주 장관이 각각 맡고 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