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미소를 지으며 서명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예고됐던 대로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지식재산권(IPR) 침해 조사에 돌입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이 높은 수위로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 언론은 이번 지재권 조사가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절정에 이른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주요2개국(G2) 간 무역전쟁의 양상은 향후 북핵 위기가 악화하느냐 혹은 극적인 돌파구를 찾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중국의 지재권 침해 행태 조사는 중국 경제의 치부이자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린 조치로 평가된다. 중국이 지재권을 무시하고 수출하는 각종 위조상품과 불법복제품 규모는 연간 6,000억달러(약 68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재권 조사에 무역장벽을 세운 국가에 미국 측이 별도로 수입 관세 인상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에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진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재권 조사 명령에 서명하면서 “이것은 하나의 큰 움직임이자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해 추가 제재 가능성도 열어뒀다. 앞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이 미국 안보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미 상무부의 조사는 이미 지난달 마무리돼 제재 여부에 대한 백악관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USTR의 지재권 조사에는 1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이나 대북 압박에 미온적일 경우 중국산 일부 상품에 우선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 태도로 나온 것은 중국의 지재권 침해가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북핵 저지를 위한 중국 압박 카드로 무역제재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이 무역전쟁을 불사하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북핵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 경제가 입게 될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방아쇠를 당길지는 미지수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 역시 무역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 보잉사의 항공기 구매를 취소하거나 애플과 스타벅스·테슬라 등의 중국 시장 확대를 봉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