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사람을 홀려 잡아가는 괴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장산범’의 17일 개봉을 앞두고 염정아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작품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 희연 역을 맡은 그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진 엄마 캐릭터에 끌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희연의 약점인데, 장산범은 이를 이용해 홀린다”며 “자식 둘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희연의 감정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허정 감독은 예민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이 공포 스릴러물에 딱 맞는 데다 따뜻한 모성애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 작품 구상 당시부터 염정아를 떠올렸다. 허 감독의 직감은 그대로 적중해 염정아는 심장을 조여오는 공포와 모성애를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신비로운 소녀 준희(신린아 분)를 따라서 동굴로 들어가 아들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희연이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을 마침내 엔딩 신에서 폭발시켜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 장면이 크게 작용했어요. 이 연기에 한번 도전해볼
요즘 한국영화는 남성영화가 대부분인 까닭에 여배우 ‘원톱’ 주연 작품은 드물다. 게다가 최근 1990년대 톱스타 여배우들이 기대를 모으며 잇달아 컴백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다. 그래도 염정아는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까닭에 오히려 40대 여배우로서의 입지가 탄탄한 경우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배우로서 책임감은 커져요. 그런데 이게 배역에 대한 욕심은 아니에요. 저는 저를 잡아당기는 역할이면 비중이 크든 작든 해요. 또 나이를 먹으면 엄마 역할밖에 안 주어진다고들 하는데, 워킹맘도 있고 계모도 있고, ‘장산범’에서처럼 애끊는 모성애를 표현하는 엄마 등 다양한 엄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영화 ‘카트’(2014)에서는 생계를 위해 부당한 회사의 지시에도 순응하며 열심히 사는 엄마 선희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JTBC 판타지 사극 드라마 ‘마녀보감’(2016)에서는 무녀 홍주 역을 맡아 묵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등 매 작품마다 변신에 성공했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와 달리 그는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털털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자신은 상당히 웃긴 사람이고 인생이 시트콤이라고 소개한 그가 가장 욕심내는 장르도 코미다. “제 주위에서는 저를 상당히 웃긴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코믹 휴먼드라마를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저는 코미디에 대한 욕심을 못 버리겠어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