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시대 '위기 극복 리더십' 좌절된 이유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종시대 정치 리더십 연구' 발간
고종, 흥선 대원군, 명성황후 등 위기 극복 노력 주목

고종, 흥선 대원군, 명성황후 등 고종 시대 주요 지도자들의 위기 극복 노력에 주목한 연구서가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16일 발간한 ‘고종시대 정치리더십 연구’는 기존의 식민사관에 치우쳐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던 19세기 정치지도자들의 공과를 함께 조명할 것을 주문한다.

책에 따르면 고종의 재위 당시는 동서 문명의 교체기로, 서구의 문화와 문명, 제도와 질서가 급속도로 유입되면서 군란, 정변, 농민봉기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던 시기였다. 기존의 연구가 권력중심적 접근, 개화중심적 평가에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서는 안으로는 정치사회적 모순이 누적되고 밖으로는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직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놓인 조선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 행동분석의 관점에서 당시 조정과 재야의 주요 지도자들을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말 조선의 위기와 고종의 대응-대한제국 선포와 국가체제 정비를 중심으로’를 통해 청일전쟁 이후 극단의 위기 속에서 고종이 취한 조치와 정책을 분석한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은 “고종은 자주독립의 의식 환기, 나라와 군주의 권위 확립, 현실적으로는 근대화와 국제화를 통한 국가의 실력 양성과 국제적 위상 확립을 추구했다”며 “애석하게도 이런 고종의 정책은 대한제국 당시에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 소장은 고종이 추구했던 국가의 자긍심과 대외적 위상 확립, 국부 창출을 위한 각종 산업화 시책, 영세중립 모색 등은 대한민국의 현시점에서도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부정적 평가 일색인 명성황후 역시 고종의 정치적 동반자로서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희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교수는 ‘명성황후의 정치현실 인식과 대응’을 통해 “청일전쟁에서 청의 패배 이후, 삼국간섭을 조선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인아거일(引俄拒日)’ 정책으로 활용한 점에서 명성황후의 뛰어난 정치적 식견과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다”며 “이 점이 일본제국주의가 한반도 침략의 최대 걸림돌로서 명성황후를 지목하고, 시해사건을 일으킨 중요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대원군 정권에 대한 많은 연구가 대부분 쇄국정책으로 조선의 근대화가 지체되면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구한말의 정치현실과 대원군의 내적논리를 연결, 구한말 조선인들이 갈망한 힘을 표상하는 존재로서 대원군이 추진한 왕실 위상 회복 노력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흥선대원군의 탈성리학적 정치리더십’을 집필한 김종학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원군의 집정을 “성리학적 질서와 관념이 무너지는 계기”이자 “조선의 근대를 알리는 결정적 사건”으로 정의하며 새로운 시각을 주문한다.

이희주 교수는 “정치학과 역사학 전공자들이 고종시대의 위기극복 정치리더십에 대해 종합적·다면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공동연구”라며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와 혼란으로 많은 이들에게 대한제국 전후의 비극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당시 지도자들의 리더십 행동을 정밀하게 연구하고 공과를 조명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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