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입자연구시설은 지하 1,100m 한덕 철광 광산 내에 조성될 예정이다. 지하 실험시설 외에도 지상 연구실, 연구 인력을 위한 숙소 건설도 포함돼 있다.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암흑물질 검출과 중성미자 질량 측정은 우주의 기원과 물질의 존재를 이해하는 관건이다. 현대물리학 최대 과제로 꼽히는 만큼 노벨물리학상 ‘0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암흑물질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약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우주에서 광자(빛)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기본입자인 중성미자는 정확한 질량이 측정된 바 없다.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매우 미약하고 민감하므로 최대한 배경 잡음(우주선 등)을 없어야만 한다. 미세한 소리를 듣기 위해서 주위가 조용해야 하는 것과 같다.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우주선들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많은 양의 입자들이 생성된다. 이때 많이 발생하는 뮤온은 전자보다 약 200배 무거운 질량을 가졌으며 물질을 잘 투과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다행히 뮤온 입자는 암반을 통과하며 많은 에너지를 잃어버려 지하 깊숙한 곳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검출장치를 설치하는 이유다.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는 거대 실험장치‘슈퍼-카미오칸데’를 폐광 지하 1,000m 아래에 설치하여 중성미자 진동 현상을 관측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강원도 정선군 철광 지하 1,100m에 우주입자연구시설을 구축한다.
연구단은 기존의 지하 실험시설(양양 양수발전소 소재)보다 400m 더 깊이 내려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암흑물질의 발견과 유령입자로 불리는 중성미자의 질량 측정 및 성질 규명에 도전한다.
IBS는 우주입자연구시설 구축을 위해 정선군, 한덕철광과 17일 강원도 정선군청에서 업무협력 협정(MOU)을 체결한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정선군 신동읍 예미산 일대 한덕철광의 철광 지하 1,100m 아래에 약 2,000㎡ 규모의 연구시설을 2019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지하 연구시설 조성에 210억 원이 투입되며 본격적인 실험은 2020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단이 연구시설과 새 장비를 모두 갖추면, 중성미자 질량 검출 수준(민감도)는 약 20m eV로 크게 향상된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 민감도가 100m eV 정도다. 또 암흑물질의 경우 배경 잡음인 우주선이 5배 이상 차단될 것으로 예상 된다. 잡음이 적으면 그 만큼 암흑물질의 신호를 발견할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단은 새 연구시설이 구축되면 세계적 연구 그룹과 경쟁할 만한 연구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시설에는 IBS의 실험장비 뿐 아니라 타 연구기관들의 장비들도 설치될 예정이다.
연구단이 수행하는 연구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중성미자의 성질을 초저온 냉동기 내 설치된 검출기로 관측하는 아모레(AMoRE) 실험을 실시한다. 이 실험은 반물질과 물질의 비대칭성을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우주 구성과 탄생의 비밀을 지닌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코사인(COSINE) 실험이다. 코사인 실험은 암흑물질이 드물게 검출기와 충돌 시 방출되는 신호를 측정한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 연구단장은 “우주 입자 연구시설이 완공되면 천체 입자물리학 분야가 한 단계 도약하고,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라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우주입자연구시설은 한덕철광 광산 지하 1,100m, 규모 2,000㎡ 면적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