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의 독주가 이어질까. LG디스플레이(034220)의 반격이 시작될까.
오는 31일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에 앞서 공개되는 LG전자(066570) 전략 스마트폰 ‘V30’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고해상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처음 적용한 V30은 향후 중소형 OLED 산업 구도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데다 당장 LG디스플레이의 운명을 좌우할 애플 투자 유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정체를 드러내는 V30 화면의 성능·안정성 등에 세트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V30이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8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안정성·수명 등을 보여줄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해온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세트업체들이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패널 수급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5%를 점유한 상태로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수준 높은 OLED 패널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지가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애플 등 세트업체들은 부품 값 인하를 위해 공급사 다변화를 간절히 바라왔다. 과거부터 애플이 LG디스플레이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V30은 중소형 OLED 후발주자인 LG디스플레이의 성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제품”이라며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면 OLED 패널 가격이 다소 낮아지고 세트업체들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반대라면 삼성디스플레이로의 의존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뤄내야 하는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V30 성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10조원 규모의 중소형 OLED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 중 일부를 외부 자금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반기보고서를 보면 2016년과 2017년에 이사회 승인을 받은 중소형 OLED 신규 시설 투자액은 약 7조원으로 2020년까지 최대 3조원이 더 투자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금이 애플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로 현재 자금 지원 규모·공급 물량·납품 단가 등을 놓고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의 협상이 한창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OLED에서의 경쟁력을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LG디스플레이로서는 V30 성공 등 입증할 만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며 “기업 간 거래(B2B) 차원에서의 OLED 시제품 테스트가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 대상의 테스트라는 점에서 V30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V30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더라도 최소한 3년 이상은 삼성디스플레이에 위협이 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을 확보해 생산량을 늘리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필요한데다 생산능력 면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부터 생산능력이 월 6만5,000장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말이면 월 20만장 이상의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