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급성 뇌졸중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후 혈전용해제 투여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46분에서 20.5분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수준이다.
덕분에 혈전용해술을 받은 환자의 비율이 9.8%에서 15.8%로 1.6배 늘고 합병증인 뇌출혈의 발생 비율은 12.6%에서 2.1%로 크게 줄었다.
전 교수와 김종성 뇌졸중센터장이 앞장서 지난해 5월 구축한 뇌졸중 응급진료 시스템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전 교수는 “그전에도 혈전용해제 투여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했다”며 “포기하려는 순간 응급구조사와의 협업으로 이를 20분으로 줄인 핀란드 헬싱키병원의 사례가 논문으로 발표돼 벤치마킹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환자 대기시간 등을 줄이기 위해 우선 병원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신경과·응급의학과·영상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뇌졸중 전담 다학제 진료팀을 구성하고 환자를 응급실에서 신경과 중환자실이나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빨리 옮겨 대기시간을 줄이고 신속한 혈액·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검사와 혈전용해제 처방·수령·투여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와 함께 119구급대 요원이 뇌졸중센터 의사와 직접 통화할 수 있는 24시간 핫라인(휴대폰)을 개설했다. 핫라인은 신경과 당번 의사가 돌아가며 휴대하고 전 교수를 포함한 전문의·전공의·전담간호사 등에게 수시로 문자로 상황을 전파하도록 했다. 119 요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의심 환자가 생기면 핫라인 번호로 연락해달라고 당부도 했다. 이송되고 있는 환자의 상태에 맞춰 미리 준비해놓으면 즉각적인 치료가 가능해서다.
단일 질환 중 사망 원인 1위인 뇌졸중의 약 80%는 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다. 최대한 빨리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뇌혈관이 막히면 1분당 190만개의 뇌세포가 죽고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뇌졸중 전조증상(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시야가 캄캄해짐)을 모르거나 간과해 병원 도착에만 3시간 이상이 걸려 골든타임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혈전용해제 투여 시간이 뇌졸중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혈전용해술이나 혈관에 스텐트를 넣어 혈전을 빼내는 혈전제거술을 쓴다. 혈전제거술은 증상이 나타난 지 4시간30분 이내가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허비되는 시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에게 1분 1초라도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전 교수는 “핀란드는 응급구조사들이 뇌졸중 의심 환자를 발견하면 이송될 병원에 미리 연락하는 게 의무이고 병원은 환자의 다른 병원 진료 기록을 미리 조회해볼 수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 등 때문에 그럴 수 없어 정부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