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마음대로’ 랜덤박스 3개사 영업정지

더블유비·우주그룹·트랜드메카 제재…전자상거래법 위반 첫 사례
대량·싸게 확보한 상품 우선…판매 안하는 브랜드로 광고
이용후기 조작까지, 교환·반품 제한

공정위, 랜덤박스 3개사 영업정지/연합뉴스
지불한 금액보다 더 비싼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서 실제로는 대량으로 싸게 들여온 상품 위주로 팔아온 랜덤박스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랜덤박스 판매업자 더블유비, 우주그룹, 트랜드메카 등 3개사에 과태료 1,900만원과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블유비·우주그룹·트랜드메카 등은 각각 워치보이·우주마켓·타임메카 등 이름으로 랜덤박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랜덤박스는 같은 종류의 시계 등을 판매 화면에 나열하고 이들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일종의 사행성 상품이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지 못한다. 랜덤박스로 판매되는 제품은 주로 시계·향수·화장품 등이 있다. 이들 3개 업체는 주로 시계 랜덤박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랜덤박스 판매가 늘면서 소비자 민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랜덤박스 관련 상담건 수는 2015년 89건, 2016년 148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100건을 기록했다.


이들은 실제 판매하지 않는 시계의 브랜드·이미지를 홈페이지에 광고해 소비자를 유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대량으로 싸게 들여온 제품이나 자신들이 독점으로 공급하는 제품을 우선 판매하면서 무작위로 상품을 제공한다고 속인 것이다. 더블유비는 총 41개의 브랜드 시계가 랜덤박스 판매 대상인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상은 재고 여부에 따라 9개 브랜드의 시계만 공급했다. 또, 객관적인 근거 없이 “소비자가격 15만∼68만 원 시계로 랜덤하게 구성”, “68%는 무조건 소비자가격 30만 원 이상” 등으로 광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우주그룹도 판매 화면에 표시한 68개의 시계 이미지 중 24개는 공급하지 않았다. 트랜드메카 역시 랜덤박스 상품으로 광고한 71개 브랜드 시계 중 62개는 공급하지 않았으며 재고 소진을 목적으로 9개 브랜드 시계만 배송했다. 이들이 판매한 시계는 중국에서 제작된 세이코, 디젤, 티쏘, DKNY 등 중가 제품들로 상당수 독점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소비자가격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우주그룹은 소비자가 작성한 불만족 후기를 의도적으로 게시하지 않았고, 트랜드메카는 소비자인 척 거짓 이용 후기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3개 업체는 랜덤박스로 판매되는 시계의 제조자, 치수, 방수 여부 등 구체적인 정보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내 취소와 환불이 가능함에도 랜덤박스라는 이유로 교환·반품을 제한한 사실도 드러났다. 우주그룹은 자체 제작한 지갑 등을 팔면서 실제로 거래된 적이 없는 허위의 소비자가격을 마치 정상가격인 것처럼 판매가와 함께 표시해 할인율을 과장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법 위반 행위 건수가 많고 소비자 기만성이 크다는 점, 이미 랜덤박스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피해 보상이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시정명령, 공표명령, 과태료 처분과 함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확률형 상품에 대한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시정할 계획이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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