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LG화학(051910)·팬젠(222110)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후발주자들이 동남아 시장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곳부터 우선 진입해 경쟁력을 확보한 후 유럽·미국 등 선진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로젠은 최근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GS071’의 품목허가 심의를 승인받았다. 다음 달쯤 정식허가가 나오면 연말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생산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기업인 바이넥스가, 판매는 니찌이꼬제약이 맡는다. 이 제품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얀센이 개발한 ‘레미케이드’로 지난해 78억2,9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앞서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출시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플릭사비’를 들고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해 말 LG생명과학을 합병한 LG화학도 지난해 말 일본 모치다제약과 손잡고 첫 바이오시밀러 ‘LBEC0101’의 임상시험을 완료한 뒤 한국과 일본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바이오시밀러 허가 신청에서 최종 승인까지 통상 1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쯤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이 제품은 암젠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로 엔브렐은 지난해 88억7,400억 달러가 판매돼 매출액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베네팔리’를 출시하며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자리를 꿰찼다. LG화학은 모치다제약과 함께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제품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팬잰은 말레이시아에 빈혈 치료제 ‘에리사’ 판매허가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이번 달에 최종 승인을 받아 연말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 말레이시아 국영기업 듀오파마와 공동 개발했다. 암젠 ‘이프렉스’의 바이오시밀러에 이은 두 번째 제품이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 등에는 이미 ‘에리사’ 판권을 이전했고 조만간 국내에도 판매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처럼 후발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을 두드리면서 미국과 유럽 진출을 준비 중이다. 시장규모는 미국과 유럽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고 선두업체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직접 뛰어들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점유율을 뺏기 위해 개발된 바이오시밀러는 현지 유통사의 경쟁력이 무척 중요한 요소인데 (후발주자는)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우선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규제가 덜한 일본과 동남아에 진출한 뒤 선진국으로 판로를 확장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