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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 비교적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났다. 아버지는 비즈니스(전축 부품 도소매업)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래서 별 어려움 없이 자라났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실패한 것이 인생의 첫 번째 쓴맛이라면 쓴맛이었다. 그러나 그 후 내 인생은 큰 실패 없이 무난하게 지나온 것 같다. 그래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자서전에서 어릴 적의 불우한 시절 때문에 오늘의 영광이 있게 됐다고 말할 때마다 속으로 ‘나도 저런 좀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봤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을까. 아니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가.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어떤 사람일까. 실수를 하는 사람일까. 안 하는 사람일까. 당연히 실수를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왜. 실수를 안 한다면 군자는커녕 사람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좀 특이한 점은 첫째, 실수를 하되 누구보다 자신의 실수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둘째, 다른 사람이 지적하기 전에 스스로 그 실수를 고치고 셋째, 다시는 그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거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는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고쳐야 하고 또 고칠 수 있다. 실패는 어떤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한 성적표다. 실수는 과정이고 실패는 결과다. 실수가 터무니없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실패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거다. 실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실패한다고 다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를 거듭하다가도 결국에 가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언제 패배하는 걸까. 자기 스스로 포기할 때, 그때 바로 패배하는 거다. 그래서 패배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일어나는 거다. 그렇다면 패배하면 다 끝난 건가. 인생은 성적표가 아니다. 인생은 긴 과정이다. 그래서 순간순간을 즐겨야 하는 거다. 실수도, 실패도, 패배도 즐겨라. 인내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이 회복 탄력성이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생이지지(生而知之)다. 태어나면서 이미 군자가 된 사람이다. 달라이라마 정도 되지 않을까. 둘째, 학이지지(學而知之)다.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 군자의 길이다. 북스마트다. 셋째, 곤이지지(困而知之)다. 많은 인생경험을 쌓고 터득한 교훈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스트리트 스마트다. 공자는 이 세 가지 길에서 생이지지가 최고라고 한다. 그다음이 학이지지·곤이지지 순이다. 공자 스스로 자신은 생이지지가 아니라고 했다. 아마도 북스마트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공자에 따르면 어느 길을 걸었든지 간에 군자가 되고 나면 다 똑같다고 한다. 아 이 얼마나 오묘한 말씀인가. 되고 나면 다 같단다.
실패해야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패배해야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실패해도 성공할 수 있고 패배해도 승리할 수 있다. 다 회복할 수 있단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를 겁내지 말라. 패배에 좌절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