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머니]부동산 수익률 매력…글로벌 큰손들 ‘미워도 다시韓번’

<외국자본,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 증가>
글로벌 유동성에 亞투자 펀드 봇물
日 자국 투자자 중심·中 리스크 커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韓 집중 공략
외환위기 당시 투자 경험도 한몫
모건스탠리, 6년전 수천억 손실 불구
올초 광화문 수송스퀘어 매입 이어
KB국민銀 명동 사옥 입찰도 참여



#대형 외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7년 9월. 모건스탠리가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을 사들였다. 인수가는 9,600억원. 오피스 빌딩 매매가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악화로 사무실 수요가 크게 줄면서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결국 2011년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인 알파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에 대우빌딩을 8,000억원대에 매각하면서 큰 손실을 입고 한국을 홀연히 떠났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던 모건스탠리가 다시 돌아왔다. 올 초 안정적인 우량 자산에 투자하는 코어(Core) 펀드를 통해 광화문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 수송스퀘어 매입을 마무리한 데 이어 인천에 위치한 TJ물류센터도 인수하는 등 자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KB국민은행 명동 사옥 입찰에도 참여했다. 특히 KB 명동 사옥에는 리스크는 다소 있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오퍼튜니티(Opportunity) 펀드로 참여했다.


모건스탠리의 귀환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큰손들의 투자처가 됐다는 의미다. 세빌스에 따르면 2·4분기 기준 서울 우량 오피스 빌딩의 수익률은 5.51%로 도쿄(3.40%)나 홍콩(2.71%), 싱가포르(4.36%)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높다. 또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일본은 국내 투자자들의 비중이 커 기회가 제한적이고 중국은 수익률은 높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단점이 있어 한국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차상윤 안젤로고든 대표는 “글로벌 부동산 펀드들이 자산 다각화를 위해 아시아 지역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나 홍콩·호주 등은 최근 자산가격이 크게 올라 투자 기회가 줄어든 반면 한국은 그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데다 제도와 법 등 부동산 관련 투자 환경도 잘 갖춰져 있어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가 많이 조성된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모건스탠리가 한국 투자를 재개한 것도 코어 자산에 투자하는 6억5,000만달러 규모의 ‘모건스탠리 프라임 프라퍼티 아시아’와 17억달러 규모의 오퍼튜니티 펀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안젤로고든도 지난해 8억5,000만달러 규모의 아시아 오퍼튜니티 펀드를 조성했으며 거캐피털도 올 초 1억8,000만달러 규모의 오퍼튜니티 펀드를 조성했다. 이처럼 대규모 실탄을 마련한 외국계 투자가들이 자산배분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이밖에 외국계 투자가 입장에서 한국은 검증된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바 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계 투자가들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달 KB 명동 사옥 입찰이었다. 당시 모건스탠리를 비롯해 안젤로고든·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PE)·애스콧 등 외국계 투자가들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집계하는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5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나 증가했다. 절대적인 규모는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보다 작지만 증가폭은 가장 크다.

앞으로도 외국계 투자가들의 한국 부동산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코어부터 오퍼튜니티 투자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며 “이 같은 경험을 살려 국내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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