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을 찾은 출입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경내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청와대라는 명사는 중후하고 무겁다. 대통령이라는 단어에도 엄격함과 권위가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다’를 외치는 문재인 대통령은 권위의 벽을 깨기 위해 애를 쓴다. 구중궁궐 속 청와대의 속살을 그대로 언론과 국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문 대통령의 허허로운 웃음과 일상생활도 고스란히 전파를 통해 전달한다. 문재인 식 소통방법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이 진행한 ‘소소한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에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자신을 ‘이니’ ‘달님’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성이 문씨라 ‘달(moon)님’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사랑을 담은 애칭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약간 쑥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니’라는 별명은 훨씬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쑤기’라고 불리는 것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여니’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쑤기’는 옛날에 저도 그렇게 부르기도 했으니 좋은데 이낙연 총리는 저보다 연세가 더 많으신데 괜찮으신지 모르겠다”며 허허 웃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중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현충일을 맞아 보훈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 5·18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게 된 게 아주 기뻤다”며 “그때 돌아가신 아버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면서 눈물을 흘리신 여성이 어깨에 머리를 묻고 펑펑 우는데 내가 또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출퇴근 시간에 대해 “9시 되면 출근하고 6시가 넘어야 퇴근하고 이런 게 확실해졌다”고 설명했다. 단, 그는 “대통령은 퇴근 시간이 사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퇴근 후에도 각종 보고서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심지어는 다음날 일정에 대한 자료를 퇴근 후에 관저에서 받아서 보기도 하니까 퇴근 후에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래도 시간이 나면 관저 주변을 마루·토리·찡찡이와 함께 산책을 한다든지 특히 찡찡이는 함께 TV 뉴스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특별한 기회를 제공했다. 청와대가 ‘오픈하우스’ 형식으로 청와대 본관과 비서동인 여민관에 출입기자들을 초청한 것. 덕분에 평소 언론인 상주 공간인 춘추관에만 갇혀 있던 300명 가까운 출입기자들은 이날 3개 조로 나뉘어서 청와대 내부를 둘러봤다. 취재 때도 쉽게 들어가 볼 수 없었던 곳에 출입하게 된 기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곳은 단연 여민1관 3층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이었다고 한다./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