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국내 800만 인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당뇨병은 물론 당뇨 합병증까지 집중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 업계에 유병자 등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 개발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다 각 보험사들도 IFRS17(새 보험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 상품 확대 차원에서 당뇨 환자 및 위험군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뇨병은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시장에서 의료·정보기술(IT) 업체들과 중장기 협업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합한 질환이어서 앞으로 당뇨 보장을 강화한 보험 상품 출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268만명, 올해는 그간 증가세를 고려할 때 28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아직 당뇨로 확정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직전 단계’로 분류되는 사람들까지 더하면 국내 당뇨 위험 인구는 8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당뇨병이 국내 대표 성인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당뇨 전용 보험이나 특화 보험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2010년 악사손보와 옛 녹십자생명(현 현대라이프)이 당뇨 보험을 내놓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당뇨 관련 위험률 산출을 위한 데이터 부족과 까다로운 인수 심사 등을 이유로 출시 2년 만에 판매를 중단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거에 비해 보험사들의 질병 데이터 분석 능력이 높아진데다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의 ‘붕어빵 찍어내기’ 식 상품 개발 관행을 비판하면서 맞춤형·틈새 보험 상품 개발을 강조하고 나서자 당뇨 보장을 강화한 보험 상품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라이나생명이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당뇨·고혈압 유병자 전용인 ‘(무)간편고지 당뇨고혈압집중케어보험(갱신형)’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KB손해보험이 서울성모병원과 협력 개발한 당뇨전문보험 ‘KB당뇨케어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이어 현대해상(001450)도 당뇨 유병자가 합병증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기세당당건강보험’을 내놓았다.
상품을 들여다보면 기존 질병 보험에 비해 당뇨에 특화된 보장이 확실히 두드러진다. 라이나생명의 당뇨·고혈압 보험은 당뇨나 고혈압 진단을 받았더라도 계약 시점 기준 2년 내 입원이나 수술 이력이 없으면 가입이 가능하며 당뇨·고혈압 관련 입원·수술비는 물론 합병증으로 발생하기 쉬운 심·뇌혈관 질환 입원·수술비도 보장한다. 특약을 통해 말기신부전증, 질병 실명, 족부절단 등 주요 당뇨 합병증의 진단비도 보장 받을 수 있다. 진단 이력이 없는 가입자는 인슐린 치료금, 당뇨 치료 생활자금, 당뇨 및 당뇨 안과 수술, 심·뇌혈관 수술 등도 보장 받을 수 있다. KB손보 당뇨케어보험은 당뇨와 합병증을 보장할 뿐 아니라 당뇨 예방·관리를 위한 당뇨 관리 전문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시장의 반응도 기대 이상 좋은 편이다. 라이나생명의 당뇨·고혈압 유병자 전용 상품은 출시 2달 만에 계약 건수가 1만건을 넘었고 KB손보의 당뇨케어건강보험도 출시 보름 만에 5,000건 가까이 팔렸다. 현대해상의 기세당당건강보험도 6,000건 이상 판매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화재(000810)를 비롯해 아직 당뇨 보험을 출시하지 않는 보험사들도 빠른 시일 내 관련 상품을 내놓고 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차세대 먹거리인 헬스케어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 차원에서도 당뇨 보험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뇨병은 발병 전 예방 관리는 물론 진단 후에도 장기간 추적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질환”이라며 “이런 점에서 보험사들은 당뇨병을 의료·IT 등과 협업을 통해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질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KB손보의 경우 상품 출시 전 서울성모병원과 1년 동안 공동 연구를 진행해 당뇨 보험을 단순 질병 보장 보험이 아닌 헬스케어를 접목한 보험으로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