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행복한 100세시대] 증시와 퇴직연금

美 다우지수 상승 원동력 역할한 '401K'
퇴직연금 적극 운용...증시 성장·자산 증대를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1980년대 이후 1만 포인트를 넘어서게 된 원동력 중 하나는 미국의 대표 퇴직연금제도인 ‘401K’다. 1983년 도입된 401K로 많은 자금이 들어와 증시에 안정적인 공급원이 됐고, 기업들의 성장과 맞불려 증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우리나라 증시도 박스권 장세를 탈피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처럼 퇴직연금이 증시 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에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증시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비중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2016년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47조원이다. 불과 10년 전 1조원에 못 미쳤던 것과 비교하면 200배에 이르는 가파른 성장세이다. 외형적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적립금 운용현황은 아쉬운 점이 많다.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비중이 6.8%, 10조원에 불과하다. 총 적립금의 89%나 되는 131조원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기타 대기자금도 6조원이나 된다. 저금리 환경을 고려할 때 운용수익으로 적립금 증대가 어려운 구조다.

퇴직연금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지원이다. 과거에는 퇴직금이 노후자산이라는 인식이 약해 생활자금화 돼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도 도입 이후 노후준비에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적립금 규모가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퇴직연금을 잘 지켜야 한다는 1차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형에 비해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비중이 너무 낮고, 전체 연간 수익률이 1.58%에 불과해 노후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못 되는 형편이다.

특히 가입 근로자가 퇴직금을 스스로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제도마저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치우친 상황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퇴직연금 제도도입 초기에는 시장선점을 위해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느라 원리금 보장상품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익을 냈다. 그러나 이제 퇴직연금시장이 성숙단계로 접어들었고,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원리금 보장상품의 금리도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률(8년)은 실적배당형(연 5.61%)이 원리금 보장형(연 3.48%)에 비해 2%포인트 넘게 우위에 있다. 작은 차이일지 모르지만 장기간 운용되는 퇴직연금 특성상 1%포인트 차이도 미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좀 더 적극적인 퇴직연금 운용으로 증시의 성장이 자산증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