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개인들이 인터넷 쇼핑(모바일·홈쇼핑 포함)에 쓴 금액은 5조4,955억원을 기록해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최대를 기록했다. 2010년 월평균 2조원을 기록했던 인터넷 쇼핑액은 올해 5조원을 넘어섰고 개인 신용카드 매출액의 9.3%(2012년)에 불과했던 인터넷 쇼핑의 비중은 올해 14%까지 뛰었다. 신용카드는 일반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지만 2015년 10월 역전돼 인터넷 쇼핑이 압도적인 소비처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증가한 인터넷 쇼핑으로 우리 경제에 ‘아마존 효과’가 나타나는 사실이다. 아마존 효과는 인터넷 쇼핑 공룡인 아마존이 소매업을 대체하면서 상품가격 하락과 저임금 노동자 양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상품비교가 가능한 인터넷 공간에서 업체들은 강도 높은 가격경쟁에 노출돼 상품가격의 하락 압력을 받는다. 마진율이 낮아진 기업들은 임금을 낮추거나 줄이고 퇴출된 노동자는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제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뛰는 것을 막아 ‘무한경쟁→상품가격 하락→저임금 노동 양성→실질임금 정체→물가 정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우리 경제도 인터넷 쇼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2013년부터 상품가격지수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생산자가 상품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내 상품가격지수는 최근 몇 년간 기준선(2010년 100) 아래에 있다. 우리나라 실질임금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2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3%)을 웃돌았던 실질임금 상승률(3.1%)은 2013년 이후 하락했다. 2013~2015년 실질임금은 성장률을 밑돌았고 지난해(2.8%)에 와서야 성장률과 같아졌다.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 역시 2012년 6.1%에서 지난해 0.6%로 급락했다. 물가 상승의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식료품·에너지 가격 제외)도 물가안정목표치(2%)를 밑도는 1%대에 머물고 있다. ‘실질임금 감소→인터넷 쇼핑 증가 →상품가격 하락→저임금 고착→물가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양질의 일자리가 수출 대기업에서 생기는 구조다. 반면 최근 11번가 같은 오픈마켓과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의 경우 경쟁이 심화되며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이 되기는커녕 영업이익률만 하락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파는 자영업자와 영세 소매업체에 고스란히 전해져 가격경쟁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료품에서 전자기기, 심지어 숙박도 모바일 가격경쟁에 무차별로 노출되고 있다”며 “상품가격이 정체되면 임금을 높일 수 없고 비정규직 등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구경우·빈난새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