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색내기 그친 통신비 인하, 이렇게 될 줄 몰랐나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통신료 인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관계자들을 불러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라는 내용의 행정처분 공문을 건넸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기존 고객의 소급적용 여부다. 현행법상 기존 약정자에게는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결국 이번 조치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입자는 요금할인제도를 이용하는 1,900만명 가운데 신규 가입자 500만명뿐이다. 이를 통한 연간 통신비 절감액은 1,200억원이다. 이는 정부가 공언해온 1조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정부가 ‘통신 기본료 폐지’를 사실상 철회한 데 이어 선택약정할인 대상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줄어들게 됨에 따라 통신료 인하 공약은 용두사미로 끝날 처지다.

정부는 약정할인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자 업계를 우회적으로 압박할 태세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21일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의 청와대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 체면치레라도 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이통사들이 선뜻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통사들은 모두 증시에 상장돼 있는데 만일 정부 안대로 연간 1조원 규모의 손실을 보게 되면 주가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의 소송사태가 불가피하다. 이통사들이 통신비 인하 책임을 떠안을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통신료 인하 문제를 단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강행한다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선택약정요금할인도 엄연히 고객과 이통사 간의 계약이다. 만일 정부가 기업과 고객의 계약에 일일이 개입한다면 업계 발전은 고사하고 시장 왜곡만 초래할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