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테러를 추모하며 1분 늦게 출발한 페르난도 알바레스/연합뉴스
노장 수영선수가 경기 출발 신호에도 출발대에 1분간 멈췄다. 귀가 어두워져서가 아니다. 17일과 18일 스페인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를 기리기 위함이었다.스페인 카디스에 사는 페르난도 알바레스(71)는 올해 자신의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를 이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수영 동호인의 최대 축제’인 국제수영연맹(FINA) 월드 마스터스 챔피언십 출전에 성공한 것이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상당한 체력이 필요한 평영 200m에 출전한 알바레스는 19일(현지시간) 열린 경기에서 출발 신호를 듣고도 물에 뛰어들지 않았다.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18일 캄브릴스에서 벌어진 연쇄 차량돌진 테러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20일 일제히 알바레스의 ‘결심’을 소개했다.
알바레스는 경기에 앞서 주최 측에 ‘테러 희생자를 위해 1분 동안 묵념하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그는 혼자 출발대에 우두커니 선 채로 묵념을 마친 뒤 입수했다. 알바레스는 경기 후 스페인 에스파뇰과의 인터뷰에서 “그들(FINA)은 단 1분도 지체할 수 없다고 답했다.”며 “그래서 나 혼자 1분 늦게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분 늦게 도착했지만, 전 세계의 금메달을 모두 휩쓴 것보다 더 기쁘다”고 밝혔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