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변호사 가오즈성. /연합뉴스
중국 인권변호사 가오즈성. /연합뉴스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저명한 중국의 인권변호사 가오즈성이 최근 실종된 가운데 중국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그가 중국 당국에 연행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 사망 이후 중국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의 실종이 ‘제2의 류샤오보’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오즈성이 이달 초부터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가오즈성은 국가전복선동죄로 복역하다가 지난 2014년 8월 출소한 후 산시성 자택에 연금 상태로 지내왔으나 미국으로 추방된 가족들과는 정기적으로 연락을 해왔다. 앞서 일부 일본 매체들도 최근 그가 가족들과 전화통화가 되지 않고 있으며 당국에 연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가오즈성. /자료=페이스북
WSJ에 따르면 그는 산시성 자택에서 사실상 공안 요원에 의해 24시간 감시를 받고 있었으나 지금은 현지 공안도 그의 소재를 모르는 상태다. 신문은 그가 최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산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올가을 중국 당 대회를 앞두고 언론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당국이 그를 구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가오즈성은 공산당이 사교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기공 수련 단체 ‘파룬궁’ 회원을 변호하거나 강제 퇴거당한 주민의 권리 보호를 주장하는 등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왔다. 2006년 국가전복선동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을 당시에는 실형을 면했지만 이후 2010년 3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고문을 당한 사실을 언급한 후 실종됐다가 다음해 12월 집행유예 취소와 함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과거 수감 기간에 고문 등 학대를 당한 사실을 옥중수기 형식으로 대만에서 출판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 수감 중 전기봉으로 얼굴을 맞거나 가슴을 발로 차이는 등 고문당했으며 수감 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 눈가리개가 채워졌다고 혹독한 옥중 생활을 폭로한 바 있다.
2008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가오즈성은 당국의 통제를 피해 부인 겅허와 딸 겅거를 미국으로 보냈지만 자신은 중국 인권활동을 위해 미국 망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중국 정권의 정당성과 법치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국 당국이 가오즈성과 같은 인권변호사들을 집중적인 감시와 통제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