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왁스먼 하이타워어드바이저 상무
“내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몰아넣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23년간 개인고객들에게 금융자문을 해온 조던 왁스먼 하이타워어드바이저 상무는 한국의 개인투자 패턴을 이같이 꼬집었다. 중국처럼 부동산에 자금이 묶일 경우 효율적인 노후 대비가 어렵다는 이유를 곁들였다. 지난 2008년 설립된 하이타워는 창립 11년 만에 2만명의 고객과 150억달러(약 17조745억원)를 관리하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독립자문사다. 왁스먼 상무는 뉴욕 어드바이저리팀을 이끌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1% 부자들의 투자 가정교사인 셈이다. 1994년 골드만삭스 어드바이저팀에 입사해 메릴린치를 거친 왁스먼 상무는 2008년 신생 독립자문사인 하이타워어드바이저에 합류했다.
하이타워어드바이저는 80여개의 팀제로 운영되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다른 팀들과 연합하는 형태다. 왁스먼 상무는 하이타워어드바이저의 강점으로 지역별 문화 공유, 신뢰도·투명성 강조, 산업별 리서치 등을 꼽았다. 그는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미국 투자자의 특성상 본부로 운영되는 다른 회사들은 브로커리지 간 차이니즈월에 저촉되는 충돌이 종종 발생하지만 하이타워는 플랫폼을 리스 식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운영될 뿐 아니라 팀 간 협업을 통해 문화적인 부분을 공유함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왁스먼 상무를 비롯해 하이타워가 주력하는 부분은 고객의 노후자금이다. 노령화 사회를 맞아 과거와 다른 포트폴리오로 노후에 대비하고 있다. 왁스먼 상무는 “투자방식은 고객별 생애주기에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시장은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중체계가 잘돼 있지만 어떤 자산을 언제 투자하는가 혹은 언제 현금화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에는 65세를 은퇴 시점으로 잡아 젊은 투자자들에게는 주식과 채권의 자산 비중을 80대20으로 권유한 뒤 은퇴 시점이 임박했을 때는 20대80으로 자산재분배(asset allocation)를 진행했다”며 “지금은 65세가 매우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더 늘려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등 재분배에 대한 트렌드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연예인·변호사·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업군의 고객을 상대하는 그는 무조건 고객들에게 장기투자를 권유하지는 않는다. 다만 고객별로 운용자산·위험노출 등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고객 별로 1년에 네 번 만나 상담한 뒤 출산이나 이직, 은퇴 시점 등을 파악해 포트폴리오를 변경한다.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변동, 정책 변화 등이 생길 경우 즉각 자산재분배가 이뤄진다.
하이타워 같은 독립형 자문사들은 최근 미국에서 고객별 맞춤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친밀한 관리가 이뤄진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전에는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전체자산/개인투자자’ 비중이 60%를 상회했지만 점차 하락하고 있다. 반면 독립형 투자자문사들의 ‘전체자산/개인투자자’ 비중은 점차 늘며 40%를 상회해 곧 대형 IB들의 고객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그가 바라보는 미국을 비롯한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어떨까. 그는 “시장의 인플레이션·금리가 낮아 기업들이 대출을 받으며 퍼포먼스가 좋아질 것”이라며 “상승장인 만큼 장기 투자가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베트남·한국·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싱가포르 등 아시아 마켓에 집중했다. 왁스먼 상무는 “통화, 금리, 북한 리스크 등 거시적인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면 작은 규모의 주식을, 아니면 큰 규모의 주식을 추천한다”면서도 “일본은 경제규모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매우 커 지금까지 발전도 좋지 않고 퍼포먼스도 좋지 않으므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주식투자가 단기로 이뤄지는 한국 시장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율이 금리보다 높아 우량주 종목이나 개별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 투자가 성과가 좋을 것”이라며 “단기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고 도박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뉴욕=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